(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한층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금리를 내리라던 단순 주문에서 '마이너스(-)로 금리를 인하하라'라는 수준까지 한 발 더 나갔다. 마이너스 금리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면서 '나도 돈 빌리고 이자 받고 싶다'고 말한다. 트럼프 말마따나 유럽의 선진국은 전통적 통화정책의 테두리를 벗어난 마이너스 영역에 있다.



그러나 최근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앞으로 0%로 인상할 계획을 내비쳤다. 릭스방크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으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금리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전문가는 이런 행보에 대해 장기적인 마이너스 금리 체제가 금융 시스템의 왜곡을 초래한 데다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가 작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출처 : 릭스방크, 스웨덴 기준금리인 레포 금리 추이>



릭스방크의 움직임은 이웃 국가 사이에서도 이례적이다. 유럽은 마이너스라는 심해에서 수면 위로 좀처럼 떠오를 기미가 안 보여서다. 올해 9월 유럽중앙은행(ECB)은 되려 은행 적용 예금금리를 -0.5%로 0.1%포인트 더 낮췄으며, 양적 완화(QE)를 재개하는 등 완화정책을 다시 강화했다. 스위스와 덴마크는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유지한다. 릭스방크의 정책 전환과 관련한 단서 중 하나는 10월 통화정책보고서에 나온 자산 과대평가와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에서도 얻을 수 있다.







<출처 : 릭스방크, 스웨덴 주택의 연간 가격 상승률 추이>



릭스방크는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부채 증가로 주택가격 하락과 이자 비용 상승에 가계가 민감해졌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부채 위험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릭스방크는 또 마이너스 금리는 현금 수요를 늘리지 못했다는 결론도 내렸다. 마이너스 금리로 발생하는 대출은 일부에 그칠 뿐 아니라 특정 대기업과 공공 분야에서만 일어났다며 시중은행의 실적과 대출 능력은 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출처 : 릭스방크, 스웨덴의 연간 실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 추이>



스웨덴의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 양산되고 있다. 또 설비 투자용 대출도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실물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유동성 완화지만 자산 가격에 주는 '흥분' 효과는 어마어마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올해 연준이 세 번이나 금리를 내린 후 나타난 최근 뉴욕 증시의 사상 최고치 행진을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출처 : 릭스방크, 스웨덴의 5년 물가 상승 기대 추이(파랑선)와 머니마켓 시장 참가자들의 5년 물가 상승 기대 추이(빨강선)>



스웨덴처럼 마이너스 금리로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면 재정정책과 각종 투자 유도책을 통해 현 수준에서 최대한 경기를 회복 시켜 디플레이션이란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2008년 이후 미국은 위기의 진앙에서 세계 성장 동력으로 전환에 성공했으며 이 기간 연준의 나 홀로 금리 인상 기조는 경제가 건강하다는 상징으로 작용하면서 전 세계 자본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 이때 높아진 기준금리는 연준이 지금 경기 하강에 대비한 보험용 금리 인하에 나서게 하는 여력도 만들어줬다.







<출처 : 릭스방크, 스웨덴 가계(파란선)와 기업(빨강선)의 연간 대출 증가율>



저금리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는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 부채의 급증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글로벌 부채가 255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IIF뿐 아니라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유례없는 글로벌 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특히 위험한 기업의 부채 수준이 높아진 것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도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작용이 큰 것이 확인되면 릭스방크처럼 기존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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