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이달 들어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6천억원 가까이 내다 팔았다. 이 같은 순매도 규모는 약 4년 만에 최대치다.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통안채를 매도해 이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안채 잔존만기 1년 이하 구간의 커브가 가파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초부터 18일까지 통안채 5천635억원을 순매도했다.

통안채 잔존만기 1년 이하 구간에서 9천600억원을 순매도했다. 2년 이하 구간에서는 3천96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연기금은 통안채를 가장 많이 팔았다. 이달 초부터 18일까지 연기금의 채권 순매수는 국채 2천785억원, 지방채 1천369억원, 공사·공단채 855억원, 금융채 마이너스(-) 1천85억원, 회사채 596억원이다.

통안채를 6천억원 가까이 매도한 영향으로 전체 채권 순매수는 -1천114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연기금의 통안채 순매도는 2015년 9월 이후 최대치다. 2015년 9월 연기금은 통안채 1조280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중기자산배분상 국내 채권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통안채를 매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은 국내채권 비중을 줄이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통안채를 매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장기 구간 금리의 상승 폭이 더 커서 장기물을 매도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단기물은 그런 점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 투자액을 올해 말 313조7천억원에서 내년 말 313조3천억원으로 축소한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 비중은 전체의 45.3%에서 41.9%로 하락한다. 2024년 말에는 국내 채권 비중이 30% 내외가 된다.

통안채 잔존만기 1년 이하 구간의 커브가 가파른 점도 연기금이 통안채를 순매도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달 18일 기준 통안채 3개월물 금리는 1.325%, 6개월물 금리는 1.337%다. 9개월물과 1년물 금리는 각각 1.368%, 1.444%를 기록했다. 1.5년과 2년 구간은 각각 1.494%, 1.502%를 나타냈다.

구간별 금리 차를 보면 3개월물과 6개월물 금리 차는 1.2bp, 6개월물과 9개월물 금리 차는 3.1bp, 9개월물과 1년물 금리 차는 7.6bp, 1년물과 1.5년물 금리 차는 5bp, 1.5년물과 2년물 금리 차는 0.8bp다.

9개월물과 1년물 금리 차가 가장 크다. 따라서 이 구간에서 통안채를 매도하면 롤링효과 등을 노릴 수 있다.

롤링효과는 채권 잔존만기가 짧아지면서 금리가 하락해 자본이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커브가 가파른 구간에서 매도하면 롤링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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