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납품업체에 후행(後行) 물류비를 떠넘긴 혐의를 받아온 롯데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을 피하게 됐다.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폭탄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일단 거센 폭풍은 비껴가게 됐다.

하지만 장기간 납품업체에 판촉비용 등을 떠넘겨 온 혐의에 대해선 412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공정위가 대규모 유통업법을 적용해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20일 롯데마트의 5가지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411억8천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지만, 후행물류비 전가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심의절차를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후행물류비 떠넘기기 혐의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후행물류비 관련 심사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유통업계 관행 등을 고려해 제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추후 사무처가 심사보고서를 재작성해 위원회에 재상정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해 제재해달라고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검찰의 공소장 격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롯데마트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300여 개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겼다는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공정위는 의견 수렴 등 심의 과정을 거쳐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원 회의에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데 후행물류비 제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 초 후행물류비 관련 심사보고서가 위원회에 상정될 당시 단일 유통업체 역대 최대 규모인 4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터라 롯데마트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안도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후행물류비는 유통업계 전반의 관행인 데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다른 경쟁 대형마트는 물론 전자상거래업체에도 불똥이 튈 수 있어 업계 전반으로 우려가 컸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후행물류비는 납품업체 물품이 물류센터에 도착해서 일정 기간 머무르다 대형마트 매장으로 보내지는 보관형 물류에 대해 부과하는 수수료다.

공정위는 마트 측이 물품을 대량으로 쟁여놓고 필요에 따라 내보내면서 납품업체가 물류비를 부담하는 것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라고 봤다.

반면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일종의 보관 대행 수수료와 같은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입장이다.

물류비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통업체의 배송망을 활용해 이들의 물류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롯데마트는 그동안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적극 소명에 나서는 등 총력을 다해 방어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후행물류비 제재에 나서기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후행물류비가 납품사에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는데 무조건 대기업 갑질로 몰아가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마트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승소하지 못한다면 공정위가 기업들을 상대로 지나치게 원칙만 앞세운 행정처분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가 이태규 바른미래당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기업들과의 행정소송에서 전부 승소하는 비율이 지난 2014년 80.3%에서 올 5월 말 69.4%로 하락했다.

공정위가 소송에 패하면서 돌려준 환급 과징금도 2015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무려 9천500억원에 달한다.

한편, 롯데마트는 이날 납품업체에 판매촉진 비용과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 컨설팅 비용을 떠넘긴 혐의로 4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과 관련해선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공정위가 유통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본다"면서 "기업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됨에 따라 법원의 명확한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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