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주력사업에 집중하고,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은 정리할수도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한진그룹의 본격적인 사업 조정이 시작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상속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잇따라 발표한 직후여서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재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이 (핵심사업에) 포함된다"며 "그 외에는 별로 생각이 없다. 이익이 안 나면 버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력인 대한항공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사업 외에는 과감한 정리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로 풀서비스캐리어(FSC)인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를 두고 있다.

항공부품 제작의 경우 대한항공 내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해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한진관광을 통해서는 여행업을, 칼호텔네트워크와 한진인터내셔널을 통해서는 호텔업을 하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이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할수도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핵심 사업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사업 조정을 할 계열사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의미있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만한 계열사가 사실상 많지 않다"며 "㈜한진의 경우 최근 실적이 좋은 데다, 대한항공과의 사업 연계성을 직접 언급한 만큼 정리 대상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한진은 고 조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 6.87%를 GS홈쇼핑에 매각하는 등 이미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 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소규모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한편, 정석기업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953년 설립된 정석기업은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과 건물관리 및 용역업 등을 영위하는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이 지분 48.27%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정석기업은 명동 한진빌딩과 인천 정석빌딩, 부산 정석빌딩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조 전 회장이 정석기업 지분 20.64%를 보유했었는데, 최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 회장 등 삼남매에게 상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명동 한진빌딩의 경우 한진칼과 ㈜한진이 이미 사업장으로 사용 중인 만큼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며 "다만, 상속재원 마련이 시급한 만큼 보유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는 대한항공이 성장 잠재력이 큰 항공우주사업본부를 분할한 뒤, 경영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항공업황 침체로 주력인 대한항공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이는 향후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한 유효한 카드 중 하나라는 평가다.

아울러 핵심사업으로 언급했지만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호텔사업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진칼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경우 지난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LA윌셔그랜드호텔을 운영하는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내년 9~10월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1조원가량에 대해 차환 및 상환 계획을 내놓고 있지 못한 점이 신용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가 극심한 호텔사업에서도 구조조정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금창출력이 크게 악화한 상황을 고려하면 리파이낸싱을 위해 다시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의 옵션을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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