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미국 상위 1% 부자들이 향후 10년 동안 5조달러(약 5천850조원)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며 미 국세청(IRS)이 징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과 나타샤 사린 재정학 교수는 연구 논문을 통해 IRS가 허술해 부유층으로부터 매년 수천억달러 규모의 세금을 거두지 못했다며, 이러한 '징세 구멍(tax gap)'이 다음 10년 동안 수조 원 규모로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 미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부유세를 적극적으로 반대해 온 인물이다.

서머스는 '징세 구멍'을 메우는 것이 세율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조세 제도를 공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징세 구멍(IRS가 거뒀어야 할 세액과 거둬진 세액의 차이)은 지난 2013년 기준으로 4천억달러(약 468조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머스는 이러한 구멍이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총 7조5천억달러로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IRS가 부자에 대한 '징세 정조준'을 통해 징세 구멍을 좁히면 실질적으로 세수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게 서머스의 주장이다.

그는 IRS가 지난 2011년에는 백만장자 중 12%를 감사했지만, 현재는 3%를 감사하는 데 그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IRS가 부실하게 감사를 하게 된 원인으로 IRS 예산 삭감을 꼽았다. 지난 2011년 이후 IRS의 징세 부문 예산이 25%가량 대폭 삭감됐고, 이로 인해 감사 인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서머스는 납세자가 부자일수록 과소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납세자가 20만~40만달러(약 2억4천만~4억7천만원) 정도를 벌면 세금 부과 대상인 소득 중 4.5%를 덜 신고하고, 1천만달러(약 118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면 14%를 적게 신고한다는 것이다.

다만 서머스는 징세 구멍을 결코 제로(0)로 만들 수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IRS가 1천억 달러를 투자받고, 더 나은 기술력을 갖추는 동시에 부자를 집중적으로 감사할 경우 10년 동안 1조1천억달러(약 1천290조원)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머스에 따르면 이 액수는 정부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부유세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세수보다 더욱 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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