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문 대통령이 "전국적으로는 부동산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탓이다. 바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인식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당시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 워킹맘도 "전국 집값은 안정화 추세라고 하셨지만, 서울만 보면 그렇지 않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어려울 만큼 대통령 임기 중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실련도 대통령의 발언에 "개탄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책실패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를 기초로 서울지역 중위 아파트값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635만원에서 올해 10월 8억7천525억원으로 40% 이상 급등했는데도, 부동산가격이 안정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서울 주택매매가격이 작년 11월 2주부터 32주 연속 하락했고, 문재인 정부 연차별 서울 아파트값도 1년차 8.22%, 2년차 2.39%, 3년차 0.70% 상승률에 그쳤다"고 해명했다. 부동산가격 통계에 대한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10일에도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실제 가격 상승률은 11.08%로, KB국민은행 통계치인 44% 상승률은 실제 상승률과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인용하는 한국감정원의 부동산가격 통계가 실제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인식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가격을 보는 정부와 일반 국민들의 간극만큼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진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물가 상황이 어떤지 모르면서 물가를 잡겠다고 대책을 내봐야 십중팔구 실패한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수출입물가는 물론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체감물가지수 등 다양한 물가 관련 지표와 통계가 활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실 한국감정원이 내놓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의 전주대비 상승률과 하락률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전반적인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통계라고 치부하더라도 날마다 사고파는 주식 종목도 아니고 한 채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하는 아파트를 지난주와 비교해 0.01% 정도의 변동률을 기록했다고 보여주는 것도 아이러니다. 차라리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 년 전 부동산가격과 비교한 변동률을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 경우 올해 1월 첫 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대비 -0.10%'가 아니라 '전년대비 6.0%'로 보다 현실적이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가격 하락세가 전주대비 32주 연속됐다는 것을 부동산정책의 치적으로 꼽고 있지만, 이 기간 전주대비 하락률을 모두 합친 하락률도 기껏 2.13%에 불과하다. 최근 몇주 사이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의미 없는 전주대비 가격 변동률은 자칫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집값이 몇주째 연속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했다는 통계 자체가 자칫 쏠림현상만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깜깜이' 통계로는 다수 국민에게서 공감을 얻는 부동산정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문재인 정부와 이전 정부에서 수십차례나 넘는 부동산정책이 쏟아졌음에도 매번 '뒷북' 정책이란 비아냥을 들은 이유도 곱씹어볼 만하다. 국민들이 접하는 부동산 사이트의 호가 및 시세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부동산정책의 강도와 타이밍을 결정하는 기초자료인 정부 부동산가격 통계부터 바로 잡을 때다. (정책금융부 황병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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