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미국 의회가 홍콩 인권법안을 가결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그 반응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미중 무역 합의 기대로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보이는 등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심화됐지만, 한순간에 이를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무역 협상 비관론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며 하루에만 8원 넘게 급등했다.

여기에 홍콩 인권법이 협상의 새로운 난관으로 등장하면서 합의는커녕 갈등의 불씨를 더욱 키우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커졌다.

그동안 미국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을 따라 홍콩을 대했다. 미국이 중국에 보복관세를 매기면서도 홍콩에는 예외를 둔 것도 본토와 홍콩을 분리하는 홍콩 정책법에 근거했다.

중국이 예전부터 미국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의회가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키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이미 중국은 법안이 발효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홍콩 인권법안은 트럼프 대통령 서명만 남겨놓고 있다. 대통령이 서명하면 바로 발효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고민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시장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적 입지와 여론을 생각해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혹시 모를 변수에 주목했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서명하면 중국의 반발이 클 것이라"며 "현재 서명 직전까지 갔던 1단계 미중 무역 협상 타결도 물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고 있지만, 막상 협상 자체를 뒤엎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데 비해 중국 경제는 여러모로 수세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관련 법안에 서명하더라도 협상 자체가 결렬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일 류허 중국 부총리의 협상 낙관 발언도 미 의회에서 인권법안 통과 논의가 진행되는 시기에 나온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늦어지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증시 등을 자신의 경제 성과로 여기는 만큼 증시 급락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A 딜러는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 증시가 최고치를 찍었는데, 법안 서명으로 무역 협상이 물 건너가면 증시는 급락할 것이다"며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좁아지게 할 수 있어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대체로 달러-원이 달라진 분위기에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C 은행의 외환 딜러는 "외국인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이에 따라 달러-원 고점이 정해질 수 있다"며 "재료 자체는 충분히 1,180원 위로 오를 수 있는 재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지표도 통화정책도 중요하지 않고 센티멘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장중 뉴스가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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