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과 SK가 신성장동력인 제약·바이오 사업 분야 육성에서 다른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에 본궤도에 오른 SK와 달리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신규 수주나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내고 코스피 상장 절차를 개시했다.

상장 예비심사 이후 공모까지 통상 2~4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SK바이오팜은 내년 1분기께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의 상장은 2017년 5월 넷마블 상장 이후 최대 규모 기업 신규상장이 될 것으로 보인

다.

넷마블의 공모액은 2조6천617억원이었고 넷마블의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13조7천263억원을 나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이 5조~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2일 뇌전증 치료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로 미국 식품의약처(FDA) 품목 허가를 받는 등 기업가치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기술 수출한 혁신 신약 솔리암페톨이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승인을 권고하는 긍정 의견을 받았다.

27년간 투자한 제약·바이오 사업이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획득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혁신신약개발에 매달렸다.

복제약을 판매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은 크지만 한 번 성공하면 큰 시장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약·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 최 회장은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고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했다.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한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했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아울러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이기 위해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8년간 연구개발비 등에 약 4천800억을 투입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속도를 내는 SK와 달리 삼성은 검찰 수사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삼성의 제약·바이오 사업 분야는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면서 신사업이 중단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가동률이 60~70%로 오르면 4공장 신설을 검토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말까지 3공장 가동률이 20%대에 그칠 확률이 높아진 데 따라 4공장 신설은 요원한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로 신규 수주와 계약이 위축된 영향이다.

2015년 계획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도 사실상 접은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2015년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한 바 있다.

공모를 통한 자금 조달로 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스닥 시장이 2016년 초 급락하면서 상장 계획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올해 바이오젠을 통한 제품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2012년 창립 후 처음으로 흑자를 낼 것으로 점쳐지지만 상장 계획은 없는 상태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데 따라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을 필요성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IPO는 많은 자금을 한꺼번에 모으기 위해 하는 것인데 아직 충분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며 당분간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작아진 것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8명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 9일 이뤄진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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