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상장기업 이사회에 한 명은 여성 임원을 둘 것을 권고하는 자본시장법안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를 포함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최운열 의원을 비롯한 12명의 의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도입하고 있으나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는 직위인 이사회 성별 구성에 대해서는 규정하는 바가 없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법률안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부터 법 시행일로부터 2년 내에 이사회 전원이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사회의 성별 구성 등을 자율공시 사항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소 공시규정(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 공시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본회의 심사시 올라가는 심사보고서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을 개정하여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이 제165조의 20의 의무 준수여부를 자율공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이 포함됐다.

이 개정법률안은 본회의 심의를 남겨둔 상태다.

이들 의원은 여성 이사의 확대는 여성의 경제활동 유인 및 참여를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기구의 성별대표성 확보를 통해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도 이사의 여성할당제를 법률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상장기업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아닌 여성 임원이 이사회의 관문을 뚫기는 쉽지 않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임자영 선임연구원이 올해 분석한 '국내 상장사의 유리천장 수준 분석-이사회 내 여성 등기이사 현황 조사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총 791사에서 지배주주와 독립된, 실질적으로 개인의 능력과 전문성을 통해 유리천장을 극복한 여성 사내이사의 수는 단 10명(0.4%)에 불과하며, 그 수는 2016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전체 여성 이사 중에서 사내이사 비중은 평균 69.1%였는데 대부분 지배주주와 연관된 여성 사내이사였다.

개인 지배주주의 딸이나 아내 등 일가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 비중이 지난 5년간 평균 78%로 확인돼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체 이사회에서 봤을 때는 여성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2018년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이사회 내 여성이사가 1명 이상인 기업의 비중도 7.6%에 불과해 이사회 내 다양성이 매우 열악하게 나타났다.

임 연구원은 뉴욕연기금(NYC Pension Fund), 캐나다 공적연기금(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 CPPIB), 블랙록,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s) 등 많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에 관해 기업과 대화하거나 다양성을 저해하는 이사 후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의 내용을 의결권 행사 정책에 담고 있고, 이에 따라 이사회 내 다양성을 요구하는 각종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이사선임 과정의 유리천장 수준을 확인할 때 지배주주와 관련된 여성이사를 제외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조사결과에 비해 실제 우리나라 여성이 극복해야 하는 유리천장이 훨씬 견고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법률안에 대해 여성금융인네트워크 김상경 회장은 "여성 임원의 이사회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첫발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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