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취임 2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적극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고, 기술과 특허에 대한 자존감 회복을 무기로 국내외에서 대규모 소송전을 벌이며 공세적 면모를 드러낸 구 회장이 임원인사에서도 파격적 선택을 할지가 관심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오는 28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구광모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온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5명의 부회장의 거취가 가장 주목된다.

LG그룹 안팎의 전언에 따르면 구 회장은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고 인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악의 실적 부진에 휩싸인 LG디스플레이의 최고영영자(CEO)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기는 했지만 대외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공세적인 인사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외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LG전자의 경우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경우 구 회장이 직접 영입한 케이스라는 점도 고려됐다.

LG전자 '가전의 산증인'인 조성진 부회장도 조직 안정 차원에서 좀 더 쓸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성진 부회장이 여러 사정을 들어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구 회장에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수는 남아 있다.

만약 조 부회장이 물러나게 된다면 기존 부회장들의 계열사 간 이동보다는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도 일단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하현회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해 서로 자리를 맞바꾼 만큼 인사 대상에서는 제외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구 회장이 위기 극복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사장급 인사에서 파격을 줄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그룹 안팎의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통해 신살필벌에 나설수 있다는 것이다.

LG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재편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에만 LG전자 하이엔텍·LG히타치솔루션과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부 등의 매각을 진행했다.

올레드(OLED)와 전장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LG이노텍에서도 사업 부문을 잇달아 재편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국내외에서 잇달아 소송전을 벌이며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LG전자는 지난 9월 삼성전자가 QLED TV를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속이고 있다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같은 달 유럽 가전업체 3곳, 이달 중국 TV 업체 1곳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선 지난 4월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를 했고, 이달에는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모독 행위 등을 벌였다며 조기패소 판결 등 제재를 ITC에 요청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으로부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판결 찬성 의견을 얻어내기도 했다.

LG그룹이 이처럼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구광모 회장의 '위기론'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L자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임원을 발탁하고, 신학철 부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바 있다.

올해 역시 파격 인사를 단행하거나,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장이나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깜짝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개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불확실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부회장단이 모두 60대인 만큼 구 회장이 일부 '젊은 피'를 수혈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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