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제정해 행정예고한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이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재제 권한을 확대해 공무원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넓혀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 제정안 중 17개 규정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심사지침이 불명확한 기준이 많아 기업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요건을 심사할 때 이익제공행위가 있었는지를 검토하는데, 이때 구체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회통념이나 일반적인 인식의 범위같은 불명확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꼬집었다.

또 사업기회를 제공했는지를 판단할 때도 기준이 불명확해 규제당국이 자의적으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이처럼 심사기준이 불명확하면 사실상 공무원에게 판단을 위임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반하면 기업에 형벌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재량에 맡기기보다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심사지침이 상위법령인 시행령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이익의 제공주체와 제공객체를 각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특수관계인,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비율 보유한 계열회사로 규정하고 제삼자는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위 법령인 심사지침 제정안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내용인 제삼자를 매개로 한 간접거래도 포함하고 있어 법보다 더 강화된 규제를 가한다.

한경연은 이처럼 법이 규제대상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하위법령인 지침에서 위임 없이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아울러 심사기준이 상위법령을 사실상 축소해서 규정한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시행령에서는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 유출에 따라 경제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보안성을 인정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반면 심사지침 제정안에서는 보안장치를 사전에 마련한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보안 유지 가능성과 시장에서 독립된 외부업체와 거래 사례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상위법에서는 보안유지나 외부업체와 거래사례 등과 관련한 적용 제외 규정이 없음에도 심사지침에서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위반 시 형벌을 부과할 수 있어 심사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며 "시행 전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 제정안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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