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하면서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합의 타결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민주주의 및 인권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원과 하원이 해당 법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킨 이후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협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트럼프는 결국 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1단계 무역 합의가 임박했다는 양측의 발언에도 협상 타결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연내 합의가 힘들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인권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한 개인에게 미 정부가 비자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해당 법안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며 법안이 발효되면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해왔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건은 중국 정부가 무역 문제를 이와 연계 시켜 보복에 나설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성명에서 이번 법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홍콩인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서명했다고 밝혔다.

종종 시 주석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온 트럼프가 이번 결정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이 홍콩 인권법을 통과 시켜 발효시킬 경우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중국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의 메이 신유 연구원은 홍콩 인권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1단계 무역 합의를 통해 무역 휴전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온 해당 법안으로 대통령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홍콩 문제를 지렛대로 삼을 경우 이는 무역 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타결의 기대를 높인 바 있다.

앞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은 26일 전화 통화를 갖고 1단계 합의를 위한 세부 사안에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화에서 관련 문제 해법에 양측이 의견일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했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진 않으리라는 점은 그나마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라시아그룹의 앤드루 코플란 애널리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국무부의 검토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이기보다 권고적 수준이 될 것"이라며 "홍콩의 특별 지위를 수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나 혹은 의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미국이 홍콩의 경제적 지위를 바꾸는 일은 홍콩 경제와 주변 해외 기업, 나아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조만간 그러한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성명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반영돼 있다고 SCMP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의 특정 조항은 자신의 권한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외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과 일치하는 쪽으로 모든 법안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법에 따라 미 상무부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경제 통상에서의 특별 지위를 이용해 미국 수출법을 위반해 이중 용도(dual-use)의 고급 기술을 수입하는 데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보고서를 180일 이내 작성하게 된다. 이중 용도라는 것은 군사적·상업적 용도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해당 법은 미 상무부가 재무부, 국무부와 연계해 최소 7년간 매년 수출통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와 연계된 언론 매체들의 보도와 관련해서도 언론이 홍콩이나 다른 나라들에 인지된 적을 위협하거나 혹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경우 미 국무장관이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중국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

미 국무부는 또 이러한 활동을 중국 언론인들의 미국 비자 발급 승인 때 고려해야 한다고 법은 명시하고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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