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LG그룹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지켰다.

LG그룹은 28일 연말 정기인사에서 차 부회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차 부회장은 2022년 3월까지 부여받은 임기를 지키며 15년째 LG생건을 이끌게 됐다.

차 부회장은 LG그룹 내 최장수 CEO일 뿐 아니라,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 부회장은 해태제과에서 2005년 LG생건 대표이사로 옮겨 6년 만인 2011년 외부 영입 경영인 중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랐다.

차 부회장은 취임 후 단 한 해도 역신장한 적이 없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6분기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58분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년간 매출액은 7배, 영업이익은 20배 가까이 늘었다.

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등 악재가 산재한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 '차석용 매직'이란 말도 생겼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증가한 5조6천721억원, 영업이익은 12.9% 증가한 9천354억원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도 1조원을 넘어서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차 부회장이 성과주의를 인사의 기본 원칙으로 하는 LG그룹에서 최장수 CEO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실적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취임 후 20여차례가 넘는 인수·합병(M&A)를 추진했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사업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갖춰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고, 어떤 대내외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사업구조를 다지기 위해서다.

최대 실적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부문은 주력 사업인 화장품이다.

2006년 고가 한방화장품 '후'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고 2012년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 에이본재팬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또 2014년엔 차앤박 화장품으로 알려진 CNP코스메틱스를, 2017년에는 도미나크림으로 유명한 태극제약을 인수해 이른바 약국 화장품 시장을 선점했다.

2015년에는 시색조화장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제조사 개발생산(ODM)업체 및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업체를 각각 인수했다.

중국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서 차 부회장은 지난 4월 미국 화장품과 생활용품 회사인 뉴에이본을 약 1천450억원에 인수했다. 아시아를 넘어 다른 성장판이 될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글로벌 악재가 터지거나 화장품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철에는 음료사업으로 매출 부진을 보완했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고 2010년 다이아몬드샘물과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등을 줄줄이 사들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로부터 대를 이어 가며 신임을 받는다는 건 단순한 실적 이상의 믿음이 있다는 것"이라며 "매년 인사 때마다 세대 교체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에도 자리를 지키면서 차 부회장의 입지가 더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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