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한 후 중국이 미국을 거세게 비난했지만, 무역 합의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중국은 둔화하는 역내 경기를 촉진하기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양측이 모두 무역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당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해왔으며, 이에 따라 법안 통과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진 1단계 무역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홍콩 인권법에 서명했음에도 중국은 발언 수위만 높일 뿐 구체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진 않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을 실제 시행할지 여부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저널은 전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법안 서명이 무역 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미국이 홍콩 인권법을 시행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며 이는 "양자 관계와 중요한 부문에서의 협력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즉 인권법이 실제 시행되느냐 여부에 따라 기존 협력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중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에서 "해당 법의 특정 조항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명시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 행사를 방해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 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과 일관되게 각 조항을 다룰 것이다"라고 언급한 부문을 특히 주목했다.

법의 이행에 있어 외교 관계를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을 추수감사절 직전 저녁에 서명한 것을 두고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주목을 덜 받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저널은 중국이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동안 홍콩 이슈에 관해 말을 아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무역 대화를 지속하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베이징대학교의 왕용 국제관계학 교수는 "법안이 분위기를 망치고 있으나 무역 대화를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며 "양측이 무역과 홍콩, 정치적 이슈를 별도로 가져갈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지정학적 이슈를 무역 협상과 별개로 취급하는 행동을 보여왔다.

중국 당국자들은 홍콩 인권법으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1단계 무역 합의를 달성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어려워졌지만 백악관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합의를 하길 원할 경우 법을 이행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 것을 시사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서 "시 주석과 중국, 홍콩인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히는 등 시 주석에 대한 존경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인권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한 개인에게 미 정부가 비자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법이 대통령에게 제재를 부과하는 데 있어 광범위한 권한을 주고 있는 동시에 이를 적용하지 않아도 될 재량권도 부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베이징 소재 경제 및 정책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의 앤드루 폴크 창립자는 "워싱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는 많지만, 실제는 크게 강경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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