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카드사를 이끄는 대표이사(CEO)의 적절한 임기는 어느 정도일까.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카드 업계에서는 최소한 3년 정도 임기 보장을 기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카드사를 이끄는 리더들이 체감하는 확실한 임기는 1년 정도다.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배현황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은행계 카드사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금융지주를 끼고 있어 지주 이사회 결정에 좌지우지된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지주에 간섭하고 지주는 그 간섭의 강도에 따라 몇몇 자리를 당국과 타협해 주고받는 선에서 인사를 결정하곤 한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로 큰 틀의 그룹 내 인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BC카드 역시 KT라는 대기업 계열사다.

롯데카드가 최근에 롯데그룹에서 벗어나 사모펀드로 넘어가 지배구조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당국이나 지배구조에 영향받아 임기가 불확실한 카드사 CEO들은 단기 성과 중심으로 성과 내기에 바쁘다.

임기를 단축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여 이사회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조직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혁신금융으로 시장에 선도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삼성카드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나름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최근 주목을 받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카드사를 먹여 살릴 미래지향적인 구상은 짧은 임기의 사장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는 모양새다.

현대카드가 디지털 혁신을 위한 독립팀을 만들어 아직은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도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점은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범오너가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현대카드만의 강점이다.

현대카드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비용을 감수하고 디지털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서 현대카드를 핀테크 회사라는 미래가치에 역점을 두고 평가할 경우 내년 IPO에서 현재 가치 2조원대를 훌쩍 넘을 수도 있다는 게 IB 업계의 시각이다.

CEO가 안정적인 임기를 보장받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가 현대카드의 방향성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CEO는 기존 CEO가 해오던 연속사업을 일단 바꾸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짧은 임기에 입지가 불안한 사장은 임기 내 할 수 있는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카드업이 활황이던 시절 성과에 따라 6~7년 임기로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던 시대는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여신업권 한 관계자는 "새 CEO가 오고 1년은 거의 회사 적응 기간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시기가 지나고 성과를 낼 만하면 임기는 끝나버린다"며 "안정적으로 3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카드회사가 혁신을 할 수 있는 출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자산운용부 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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