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29일 아시아 증시의 주요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한 여파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하락 마감했다.

일본과 중국 증시는 0.5% 안팎으로 하락하며 비교적 선방한 반면 홍콩 항셍지수는 2% 넘게 급락했고 대만 증시도 1% 넘게 밀렸다.

◇ 일본 = 일본 도쿄증시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하락한 가운데 약세를 나타냈다.

닛케이225지수는 115.23포인트(0.49%) 내린 23,293.91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토픽스지수는 8.70포인트(0.51%) 하락한 1,699.36에 장을 마쳤다.

두 지수는 상승 출발했으나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홍콩 항셍 지수 등 아시아 증시 주요 지수도 이날 대체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한 여파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아시아증시 투자자들이 중국 측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을 담았다"며 체면을 세워준 만큼 강경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했음에도 중국은 발언 수위만 높였을 뿐 구체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진 않고 있다"며 "무역 합의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MC 마켓츠는 시장이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관망세를 이어가면서도 여전히 연말까지 합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인 엔화는 이날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도쿄증시 마감 무렵 달러-엔 환율은 전장 대비 0.034엔(0.03%) 내린 109.477엔을 기록했다.

이날 하락세는 자동차주가 이끌었다.

스바루와 도요타는 각각 1.4%, 1.1% 내렸고, 혼다는 0.4% 하락했다.

한편 이날 오전 개장 전에 발표된 도쿄 11월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0.6%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했다.

10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4.2% 감소해 예상보다 부진했고, 실업률은 2.4%로 전달과 같았다.

◇ 중국 = 중국증시도 홍콩 인권법 여파가 지속돼 하락했다.

홍콩인권법이 미·중 무역협상을 결렬시키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합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때문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대비 17.71포인트(0.61%) 하락한 2,871.98에 마쳤고, 선전종합지수는 4.74포인트(0.30%) 밀린 1,593.10에 마감했다.

지수는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약보합권에서 출발한 증시는 한때 낙폭을 1%까지 확대했으나 장 막판 낙폭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홍콩인권법 서명 소식이 알려진 전날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나 이틀째를 맞은 이날 관련 위험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에 "미국의 음험한 속내와 패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테리 브렌스테드 주중 미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나 무역협상 주무부처인 중국 상무부는 홍콩인권법이 무역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더 공개할 만한 내용이 없다"면서 언급을 자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량으로 홍콩인권법의 실행에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고 중국은 미국을 비난하는 것 말고는 달리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홍콩인권법이 양국 무역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는 중국이 협상을 지연시킴으로써 불만을 표출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KGI증권은 일부 트레이더들이 이날 홍콩과 중국 증시의 하락을 촉발한 원인을 두고 머리를 긁적이고 있지만, 시장은 아마도 인권법 서명의 반향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의 천 하오 스트래티지스트는 "초기 평가 후에 시장은 법안의 영향이 경제와 정치 등 전반에 광범위하게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무역합의는 이제 와일드카드가 됐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건강관리와 필수소비재업종이 2% 안팎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고, IT업종은 소폭 올랐다.

한편 이날 중국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매입을 통한 공개시장조작에 나서지 않았다.

◇ 홍콩 = 홍콩 증시는 2% 넘게 하락하며 아시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547.24포인트(2.03%) 급락한 26,346.49에 마쳤다. 항셍H지수도 260.05포인트(2.46%) 밀려 10,301.82에 11월을 마감했다.

◇ 대만 = 대만증시는 아시아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폭 하락했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는 전장대비 127.51포인트(1.10%) 내린 11,489.57에 장을 마쳤다.

소폭 밀린 채로 개장한 지수는 장 초반에 보합권의 좁은 범위에서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상승폭을 키우지 못하고 굴러떨어져 마감까지 약세장에 머물렀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으로 미·중 무역합의 연내 타결이 불확실해지자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대만증시에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법안 서명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홍콩인들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패권 행위라며 홍콩 문제를 둘러싼 내정간섭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중국 상하이 지수와 홍콩 항셍 H지수는 각각 0.9%, 2.6%씩 밀리고 있다.

전날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한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주요 기술주 가운데 TSMC와 훙하이정밀이 각각 1.5%씩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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