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기업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역대 최고치로 불어났다. 이 같은 차입 폭주(borrowing binge)는 새로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하는 데 원인이 된 저렴한 모기지 대출에 소비자가 매달린 지 10년도 채 안 되어 이번에는 새로운 부채 급증으로 신규 혼란이 촉발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채권금리가 역사적으로 내려가며 기업들은 앞다투어 투자자에게 채권을 발행했고, 미국 기업 부채는 현재 10조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는 GDP의 47%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 기록이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민간 투자기관 등은 일제히 불어나는 기업 부채에 경고음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위험은 아닐 수 있어도, 차입 형태가 너무 오래 지속한 만큼 다음 경기 침체가 닥칠 때 금융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미 위축되는 실물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IMF는 "올해 들어 가장 취약한 기업이 차입 현금의 성장세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신규 공장이나 장비보다는 투자자 지급이나 월가 딜메이킹과 같은 '재정적 위험 감수'에 부채가 더욱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투자자는 정크본드보다 불과 한 단계 위의 저등급 회사채 보유 규모를 총 4조달러로 급격히 늘렸는데, 이 가운데 2조5천억달러가 미국 기업 회사채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이와 관련, "우리는 폭발하지 않은 폭탄의 꼭대기에 앉아 있다"며 "무엇이 폭발을 일으킬지 정말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은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이 장기간 기준금리를 역사적 최저치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경기 부진에 대한 표준적인 해결책이지만, 금리가 이렇게 오랜 기간 낮아진 적이 없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전통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려 하면서 너무 많았던 양적완화 자금의 부작용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자문은 "거의 공짜로 돈을 버는 인위적인 환경이 심각하고 근본적인 질병을 감추고 있었다"며 "영구적으로 돈이 저렴한 이 시기는 금리가 전통적 수준이라면 실패했을 '좀비' 기업을 지속시켰다"고 비판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009년 위기 때와 같은 속도로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불어닥칠 부채 규모가 정상적인 일일 매출핵을 훨씬 웃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위험 부담이 큰 부채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이들을 늘리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기업은 신규 채권을 2천200억달러 규모로 발행해 월간 기준 2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AXA는 "우리는 빚을 장려하면서 일을 계속 진행하려 노력했지만, 아마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설비 투자와 생산성에 더욱더 잘 활용해야 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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