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GS그룹을 매출 68조원, 자산 63조원의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일군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총수 자리에서 물러난다.

고(故) 구본무 회장과 함께 허씨 가문을 대표하면서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고, LG그룹과의 분리를 통해 GS그룹을 출범시킨 이후에도 GS그룹을 알짜 기업으로 성장시킨 지 15년 만이다.

GS그룹은 3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허창수 회장이 내년부터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GS건설 회장직만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S그룹 최고 사령탑의 바통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회장이 이어받는다.

허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단한 것은 '새로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그는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룹 회장직을 던지면서도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하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20005년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면서 출범한 GS그룹은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 각 사업에서의 영역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출범 15년이 지난 현시점은 GS그룹에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경쟁 강도는 더욱 강화하고 있고, 혁신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화의 급속화는 기존의 사업구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허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위상을 유지하기보다는 혁신과 재도약을 이루기 이뤄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허 회장이 선택한 것은 '아름다운 승계'다.

허 회장은 2004년 동업 관계이던 LG그룹과도 아무런 잡음을 내지 않는 '아름다운 이별'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후 GS그룹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면서 현재의 모습을 이뤄냈다.

GS그룹 관계자는 "배려와 신뢰를 중시하는 허창수 회장 특유의 리더십과 GS그룹의 아름다운 승계 전통이 재계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창수 회장은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첫 근무를 시작했고, 이후 LG상사와 LG화학 등 계열사 현장에서 인사와 기획, 해외 영업·관리 업무 등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LG전선 회장과 LG건설(현 GS건설)의 회장도 역임했다.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였던 GS그룹을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로 약 3배 이상 성장시켰다.

특히 에너지와 유통 서비스, 건설 등 3대 핵심사업의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신념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해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서 GS글로벌과 GS E&R 등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그룹의 외연을 넓혔다.

GS그룹이 글로벌화에 성공한 것도 허 회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출범 첫해 7조1천억원이던 해외 매출은 지난해 36조8조천억원으로 5배 이상 확대됐다.

허 회장은 남촌재단을 통해 지난 11년간 443억원 규모의 개인주식을 꾸준히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평소 소탈한 성품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강남 한복판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등 국내 굴지 대기업 그룹 총수답지 않게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유내강의 경영자, 선비 같은 품성, 지조와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재계의 신사'로도 불려왔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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