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3일 오후 4시께 포스코센터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얼굴에는 생일을 맞은 기쁨보다는 우군을 얻었다는 흥분감이 더욱 커 보였다.

포스코가 '기업시민'을 경영 이념으로 내걸고 사회적 가치 확산에 동참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외로운 싸움에도 강력한 동맹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간 기업의 기본인 '경제적 가치 창출'과 상충된다는 오해 등에 막혀 사회적 가치 확산에 대한 논의 확산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 '기업, 시민이 되다' 주제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 행사에 최태원 회장이 특별강연자로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어떤 말을 꺼내들지에 대한 관심으로 취재진이 몰려 들었다.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두번째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말 최정우 회장과 비공식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SK의 '사회적 가치'와 포스코의 '기업시민'의 공통점을 발견한 뒤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 노타이 차림의 포스코에 들어선 최태원 회장을 2층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최정우 회장이 반갑게 맞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이후 행사장을 내려다 보며 안부를 교류한 뒤, 로비에 걸린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 앞에 잠시 멈춰 추가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최 회장은 마련한 신규 벤처 플랫폼 부스 등을 차례로 돌아보며 포스코가 진행 중인 벤처 투자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최태원 회장은 설명을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고, 궁금한 부분은 담당자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등 시종일관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강연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 10년간 공들여 온 '사회적 가치'에 대한 50분간의 특강에 나섰다.

"제가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해 드려야 도움이 될 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운을 뗀 최태원 회장은 "쉽게 말하면 더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나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이 준비한 특강의 주제는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의 미래'였다.

이 강연의 기저에는 결국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며,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강연 이후 쏟아진 질문들에도 최태원 회장은 "구성원들이 행복한 것이 (SK그룹의) 최종 목표"라고 답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그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SK그룹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 "결국은 구성원이 행복해야 경제적·사회적 가치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SK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우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행복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속가능한 사회 없이는 기업도 담보할 수 없다며, 여기에 동참하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사회 문제들을 보면 사회가 지속가능한 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더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연합한다면 당장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간 사회적 가치를 추진하면서 장애물은 없었는 지를 묻는 질문에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남의 일로 보는 시선과 냉소주의 등이 힘들었던 부분"이라며 "그래서 정관을 바꾸는 등 꾸준히 노력해서 사업화를 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이날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에 동참해 준 포스코에게도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가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은 것은 아주 시의적절했다고 본다"며 "이왕이면 지금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중에 우등생이 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시민을 통해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 전략을 SK그룹과 함께 한다면 더욱 속도도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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