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더케이손보 단독 입찰…KB금융, 푸르덴셜 인수 '물망'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늘어나는 규제와 길어지는 저금리 기조 탓에 경영난이 커지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보험영토 확장에 나섰다.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요성이 커지면서 돈 되는 인수합병(M&A)을 위한 알짜매물 찾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한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지난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를 출자해 설립된 더케이손보는 자동차보험 전문회사로 출범한 지 10년 만에 종합손보사로 승격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8천140억원이다.

올해 들어 더케이손해보험에 대한 기업실사를 진행한 곳은 하나금융뿐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전 내부 스터디 차원에서 더케이손보 인수를 검토했지만, 그룹사로서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KB금융지주 역시 추가 손보사를 인수할만한 유인이 없었다. 우리금융지주도 내부적으로 손보사보다 증권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에 IB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을 금융지주 중 유일한 원매자로 평가해왔다. 하나금융이 교직원공제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9월부터 예비실사 등 본격적인 물밑 접촉을 이어온 양측은 현재 세부적인 가격조정만 남은 상태다.

설립 이래 8번에 걸친 증자로 납입자본금을 늘려온 더케이손보의 순자산은 1천500억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손보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 수준임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인수가는 1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하나금융 이외 다른 원매자의 인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손보사 라이선스가 필요한 하나금융이 1천억원 안쪽에서 인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푸르덴셜생명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총 20조2천억원(업계 11위)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은 현재 보험사 매물 중 가장 알짜로 평가받는다. 올해 상반기에는 1천억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 지급여력(RBC)비율은 505.13%로 업계 1위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보험사의 이슈가 된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RBC 비율은 인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 중 하나다.

그룹 포트폴리오 중 생명보험 부문이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해온 KB금융은 오랜 시간 생보사 인수를 고민해왔다. 이에 KB금융은 올해를 생보사 인수의 '적기'로 판단하고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실제로 지난 9월까지 배타적 협상권을 받아 미래에셋생명 인수를 검토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되기도 했다. 향후 푸르덴셜생명이 인수 의사를 타진해온다면 예비실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은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지난 2017년 이후 지켜오던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에 넘겨줬다. 끝자리 싸움에 불과하던 순이익 격차가 더 벌어지며 KB금융은 추가 M&A가 절박해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용병 회장의 최대 성과로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꼽는다.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이 '빅 딜'에 나서리라 내다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내년은 국내 금융그룹이 그간 경험한 적이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될 시기"라며 "M&A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계기이자 기존에 보유한 자본과 자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이다. 똑똑한 M&A가 그룹의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