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찾아오면 으레 희망가(希望歌)가 울리기 마련이다. 내년 경제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 되고, 이에 맞춰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코스피 목표치도 성큼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다.

이번 연말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보다는 좋아질 수 있으나 그 속도나 강도가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는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대다수라는 점이 그렇다. 그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짙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년에도 별반 좋을 게 없다는 비관론이 짙게 깔려 있어 '회복 불가'의 경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년 낙관론의 근거는 최근 나오는 일부 지표에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경기선행지수는 2개월 연속으로 반등했다. 이 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 건 지난 2017년 6월 이후 28개월 만이다. 건설수주액과 기계류내수출하지수가 전년 대비 늘었고, 경제심리지수도 개선된 영향이다. 투자와 심리지표의 추가 하락이 멈췄다는 점은 경기 전망에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설비투자지수는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년과 비교한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액은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이어갔다. 생산 지표도 좋지 않다. 10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1.7% 감소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여러 지표가 엇갈리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선행지수 등의 반등을 당장의 회복 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경기 바닥 신호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하면서 다소 낙관적이라 평가받는 한국은행의 시각도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내년 전망치가 올해(2.0% 안팎)보다 높다고 해도 경제성장이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란 점에서 경기 개선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년 성장률 숫자가 올해보다 좋아진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진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짙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전망과 관련해 "내년에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경기는 현재 바닥을 다져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올해 한국 경제가 바닥권에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회복세는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숀 로치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한국경제의 희소식은 경기가 바닥을 쳐 내년에 반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좋지 않은 소식은 내년 경기 반등이 매우 더딜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9%를 나타내고, 내년 성장률은 2.1%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소속의 한 경제 전문가의 얘기다. "경기 바닥권 진단을 경기 반등이나 개선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는데, 실상은 천지 차이다. '바닥인 줄 알았더니 지하실도 있더라'는 시장 격언이 말해주듯 바닥권은 언제든 하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 방향도 경기 진단에 따라 결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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