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달리오의 베팅과 '볼포칼립스' 공포
<뉴욕은 지금> 달리오의 베팅과 '볼포칼립스' 공포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12.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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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닮았고, 대대적인 부진에 돌입했다"(10월), "세계는 미쳤고 통화 완화로 시스템은 붕괴했다"(11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이끄는 '헤지펀드의 제왕' 레이 달리오가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자본 전쟁, 환율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고, 중앙은행들이 손쓰기에는 늦었다는 경고도 했다. 1937년에 나타났던 미국증시의 급락 흐름이 재연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그가 세운 브리지워터의 운용 자산은 1천600억 달러에 달한다. 달리오는 월가의 파워맨 중 하나다.

달리오가 2010년과 2013년 2015년에도 1937년 리스크를 거론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시장은 그의 경고를 애써 외면했다. 11월 들어 주가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였다.

그러던 11월 22일. 달리오의 브리지워터가 주가 하락에 대규모 베팅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리지워터가 내년 3월까지 주가 하락을 예상하며 15억 달러를 베팅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S&P500 지수나 유로스톡스 50 가운데 하나만 하락해도, 혹은 둘 다 하락해도 수익을 내는 베팅이다. 풋옵션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은 특정 기초자산을 미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가가 하락해도 풋옵션을 행사하면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어 주가 하락 시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냉정함을 잃지 않던 시장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15억 달러는 브리지워터 자산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달리오의 베팅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나왔고, 일부 옵션 가격은 상승했다. 달리오가 사들였을지 모를 3월 만기 S&P500 풋옵션에 대한 관심은 폭발했고, 거래량은 대폭 늘어났다.

달리오는 급기야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가가 하락할 것에 그러한 베팅을 한 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브리지워터가 투자에는 여러 포지션이 있고, 헤지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자주 바뀌기 때문에 한가지 포지션만 보고 그에 대한 동기를 찾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주요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과매수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하락 베팅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이후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는 먹구름이 끼었고, 12월 들어서자 주가는 큰 폭 하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8주 이내 최고치로 치솟았다. 1주 전만 해도 최근 1년 이상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변동성은 옵션이라 불리는 파생상품을 통해 거래된다. 이는 보험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은 보험을 사서 자산이 너무 많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보호할 수 있다.

달리오의 풋옵션 역시 단기 주식 투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성일 수 있다. 대형 펀드들은 포트폴리오를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풋옵션을 매수한다.

2017년 후반 이후 VIX 시장에서도 변동성 헤지를 위한 수요로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가 가장 큰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나쁜 소식이 몰려오면 VIX 베팅이 한꺼번에 풀려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토네이도에 대비한 보험을 많이 든다고 토네이도의 빈도가 줄지 않지만, 월가에서 변동성에 대비한 보험인 베팅이 많아질수록 변동성 토네이도 횟수는 늘어난다.

지난해 유명했던 이른바 '볼포칼립스'(volpocalypse, 변동성 재앙)의 공포도 시장에서는 꺼내놓고 있다.

2018년 2월5일, VIX는 20포인트 올라 VIX라는 개념이 도입된 이후 사상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VIX는 전일 17.31에서 37.32로, 무려 115% 올랐다. 거래 초기 잠잠했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장 막판 급등했다. VIX 선물과 옵션 등에 쏠려 있던 숏포지션이 풀리면서 대규모 시장 투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여파로 다우지수는 1,175포인트라는 역사상 두번째로 큰 하루 하락폭을 나타냈고, 이후 급락세를 이어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태로 변동성에 베팅했던 트래커 펀드들은 전멸했다.

이번주 VIX 상승을 두고 험난한 길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변동성 숏 포지션은 2018년 초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 고요한 분위기는 주식시장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채권과 통화의 옵션 내재 변동성 역시 거의 사상 최저치에 근접해있다.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정책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지만, 변동성 매도자들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지수 폭락의 경험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12월을 다시 맞았다. 달리오의 투자도 어쩌면 변동성에 대한 헤지다. 과거 변동성 베팅이 늘어날 때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보면 시장 강세론자나 약세론자나 모두 앞으로 험난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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