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상품 설명서를 전면 개편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와 그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명서를 개선해 가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발표한 '가계대출 핵심상품설명서의 재도입 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핵심상품설명서가 금융소비자의 이해도 제고에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07년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핵심상품설명서를 도입했다가 서류 간소화를 위해 2015년 무렵 폐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가 커지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은행의 금융상품설명서 개편 과정에 가계대출 핵심상품설명서를 재도입했다.

재도입된 가계대출 핵심상품설명서는 일반·전세·주택담보대출로 구분해 소비자의 대출 금리가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산출됐는지 세부적인 항목으로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금융연구원은 대학생 159명을 대상으로 특정 가계대출 상품에 대한 은행원의 설명과 함께 관련 자료를 제공한 뒤 이해력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대출상품 이해력 테스트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62.7점에 불과했다. 특히 핵심상품설명서 뒤쪽에 명시된 연체 이자율, 연체정보 유지 기간, 대출 계약 철회조건 등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낮았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그래프와 표, 그림 등을 활용해 쉽고 간결하게 상품의 중요 특징을 설명한다"며 "어려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 위주의 긴 설명방식을 그림이나 키워드 위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작은 화면을 통해 자료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림과 도표 위주의 구성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또 상품설명서 등 금융정책을 새로 도입할 때 행태실험을 통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영국, 뉴질랜드는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이나 연금상품 이해도 제고를 추진하기 전에 행태실험을 통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모색했다"며 "우리나라도 재정사업을 실행하기 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데, 금융정책을 도입할 때도 목적에 맞는 적절한 행태실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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