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상과 같은 무역전쟁의 피해로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폭이 주요국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양국의 협상이 장기화하면 중장기 경제 전망에도 비우호적으로 작용한다고 평가됐다.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센터장과 황나영 수석연구원은 9일 '미중 무역협상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글로벌 교역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18년 2.7%에서 2019년 1.9%로 하락할 전망이다"며 "실제로 올해 1~9월 중에 한국의 수출 감소 폭(-9.8%)이 전 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중에서 가장 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평가했다.





권 센터장은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 등 특정품목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6.8%로 일본(19.5%), 독일(7.1%), 프랑스(4.2%) 등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보다 상당하다.

글로벌 경제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미중 무역전쟁은 절충안을 찾는 협상 의제를 두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위안화 환율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1단계(스몰딜·small deal)와 중국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까지 찾는 2단계(빅딜·big deal)가 논의된다.

스몰딜이 타결되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에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내다봤다. 다만, 2단계 협상이 길어지면 중장기 경제 전망에는 비우호적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센터장은 "1단계 협상이 타결(추가 관세 인상이 없고 기존 관세도 일부 인하)된다면 글로벌 투자 심리와 전 세계 교역 물량이 회복돼 내년 한국 GDP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융시장에는 1단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따라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양국이 자국에 유리한 무역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타 국가와의 배타적 무역협상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무역환경(특히 글로벌 기술시장)이 양극 체제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성적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의 중장기 경제 전망에는 비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미중 협상 전망을 묻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신용평가사 등 총 18개 기관(홍콩 15개, 싱가포르 3개)에 문의한 결과 1단계 협상은 올해 말이나 내년 1월 하순 안에 타결될 가능성이 53.6%로 집계됐다. 스몰딜은 양국 사이에 견해차가 크지 않고 중국의 경제 부진이 가시화된다는 점이 타결 이유로 꼽혔다.

반면, 2단계 협상은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타결되지 못하는 시나리오가 68.1%로 조사됐다. 두 국가의 글로벌 기술 패권경쟁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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