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6년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펀드에서 약 3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주식 중심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총 1천355억달러를 인출했다. 이는 레피니티브가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연구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해 2분기 이후 미국 주식 펀드는 7개 분기 연속 자금 유출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WSJ은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됐다는 것은 동시에 투자자들이 최근의 주식 강세장을 추종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이는 S&P500 같은 주요 지수가 10년에 걸친 강세장에도 앞으로 더 올라갈 여력이 상당히 남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투자자들은 수천억달러를 주식 펀드에서 빼내 안전자산인 채권 펀드와 머니마켓펀드 등으로 옮겼다. 이 가운데 일부 자금은 최근 미·중 무역 협상 분위기를 타고 주식 시장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지난 4일까지 일주일간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펀드로 약 50억달러를 넣었다. 이는 3개월래 주간 단위로 가장 강한 유입세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인스티튜트의 스콧 렌 선임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아직 증시에 대한 믿음은 강하지 않다"며 "통상 사이클의 상단에선 추종 매매가 많아지고 펀드 자금 유입세도 강해지는데 아직 추종 매매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금 대부분은 뮤추얼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약 2천208억달러가 주식 뮤추얼펀드에서 유출됐는데 그중에서도 대다수는 펀드 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였다. 이 기간 주식 ETF로는 853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이 또한 8년래 가장 낮은 유입 강도다.

신문은 "S&P500은 이 같은 자금 유출에도 올해 들어 25% 올라 2013년 이후 가장 강력한 랠리를 펼쳤다"며 "이는 지난 몇 년 사이 증시 수요에서 개인 투자자의 중요도가 낮아지고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더 중요해진 흐름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증시의 최대 큰 손으로 부상했다. 임직원들에게 제공된 어떤 종류의 주식 보상까지 포함하면 미국 주식의 순 자사주매입 규모는 올해에만 4천800억달러에 이른다고 골드만삭스는 밝혔다.

다만 분석가들은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자사주 매입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속도를 늦춘다면 미국 증시는 수요 부족으로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골드만은 "지난해와 비교해 기업들의 주식 수요는 이미 20%나 줄었다"며 "영업이익 성장세가 부진해지고 무역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은 "자사주 매입 속도의 둔화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기업의 순 자사주 매입 규모는 내년에도 올해보다 2% 추가 하락해 4천7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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