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금융시장 결산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올해 서울 채권시장의 최대 이슈는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를 논하기에 이르다는 태도를 고수했지만 채권시장이 한은보다 앞서 나가면서 가파른 금리 하락세가 나타났고, 경기 둔화 압력에 한은은 결국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패권전쟁 양상이 더욱 짙어진 미·중 무역분쟁과 하반기 시장참가자들을 괴롭힌 채권 수급 우려도 올해 시장의 주요 이슈였다.



◇ 한국은행의 2차례 기준금리 인하

한국은행은 올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25bp씩 두차례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25%의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금리 인하의 시작은 지난 6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창립 기념사였다.

각종 공식 석상에서 인하를 고려할 단계를 아니라고 선을 긋던 이 총재는 6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해 변화의 신호를 줬다.

이후 한은은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다만 이를 이미 반영했던 국고채 금리는 8월부터 급등세를 나타내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움직임이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 패권전쟁 양상이 분명해진 미·중 무역분쟁

미·중 무역분쟁은 작년 12월 미·중이 '90일 휴전'에 들어가면서 합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후 양국이 협상 시한을 5월까지 연장하면서 타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힘을 얻었지만 협상 막바지 미국이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결렬 분위기가 짙어졌다.

연중 이어진 협상에도 화웨이 제재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미국 정부의 조치 등, 미·중 무역분쟁의 전선이 무역적자 문제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했다.

채권시장은 미·중 양국이 12월 15일 미국의 관세 부과 기한을 앞두고 추진하는 '1단계 합의'도 타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무역전쟁이 장기적 패권 다툼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 '블랙 스완' 우려 일으킨 홍콩 시위 사태

중국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폐를 요구하며 시작된 홍콩의 시위는 지난 6월부터 격화하기 시작했다.

시위대의 홍콩국제공항 점거, 경찰의 실탄 사용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홍콩의 캐리 람 장관은 9월 범죄인 인도 법안을 공식 철회했다.

이후 11월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시위를 지지하는 범민주 진영이 압승했고, 시위가 잠시 수그러들기도 했지만 홍콩 정부가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으면서 시위는 다시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홍콩 시내를 청소하는 등 시위대를 위협했고, 미국 의회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켜 시위대를 지지하는 등 홍콩 시위 사태는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 하반기 쏟아진 수급 악재…금리급등 '악몽'

올해 상반기 금리 하락세를 즐긴 채권시장은 8월 중순 이후 나타난 금리 급등세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에 나온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60조2천억 원으로 올해 33조8천 원에서 26조4천억 원이나 늘었다.

여기에 정부가 9월 출시한 20조 원 규모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도 주택저당채권(MBS) 형태로 12월부터 시장에 풀린다.

외국인은 지난 8월 이후 국채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 매도세를 강화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시장참가자들이 매수 레벨로 생각하는 수준까지 금리가 상승한 뒤에도 이어져 시장참가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 돌출한 한·일 무역분쟁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한일 무역분쟁이 촉발됐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수출 우대 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한국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으로 대응하면서 미국까지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채권시장은 애초 한일 무역분쟁을 금리 수준에 반영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업체의 대처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허용 등의 조치로 가시적인 충격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일 경제 갈등 이슈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 저성장·저물가에 'R·D의 공포'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월 제시한 2.9%에서 올해 11월 2.0%로 꾸준히 내렸다. 2.0% 전망도 정부가 재정 집행률을 연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어 1%대 성장률이 나오더라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2%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사례는 흉작을 기록한 1956년, 2차 석유 파동 당시인 1980년,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008년 등 역대 4번밖에 없었다. 또 과거와 비교하면 올해의 낮은 성장률은 경제위기 없이 나타났기 때문에 구조적인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논란도 올해 채권시장의 이슈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과 9월 사상 최초로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0월 사상 최저인 1.7%까지 떨어졌다.

3분기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1.6% 하락해 20년 만에 최저치다.

다만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과 물가가 각각 2.3%, 1.0%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며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그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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