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내년 우리 증시에 대한 전망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올해는 기대에 못 미쳤으니 내년에는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는 한편 우리 경제와 시장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부진한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일부 증권사에서 반도체 경기회복과 기저효과를 이유로 낙관적인 내년 전망을 내놓기는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낙관적 전망이 나오는 것을 오히려 경고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년 시장 전망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해외에서도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이 일관성이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나 블룸버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들은 디플레이션 우려와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등 까칠한 지적을 하고 있지만, 의외로 투자은행(IB)들은 우리 경제와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한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땐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일종의 엇박자다. 그래서 음모론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우리 경제의 전망을 화려하게 포장해놓고 정작 속내는 그 틈에 주식을 털고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최근 우리 주식시장에서 끊임없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 이후 5일까지 21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한 달 동안 5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고 갈수록 그 기세가 강해지고 있다.

세계증시가 올라도 우리 증시만 하락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고, 이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껍데기만 남은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외국인들은 이참에 셀 코리아(Sell Korea) 하고 떠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파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변경(리밸런싱) 이후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으며 잘 풀리는 듯한 미·중 무역 협상이 다시 꼬이기 시작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북미가 대화국면에서 긴장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외국인들의 변심을 부추겼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본질은 아닐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우수하고 경제성장률이 탄탄하게 나온다면 나라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외국인들의 이탈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두려운 것은 외국인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내실이다. 저성장과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 우리 경제가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는 게 증시 주변에 쌓인 걱정의 본질일 것이다.

외부 여건을 대는 건 핑계다. 우리 경제가 좋아지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게 외국인이다. 지금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셀코리아니 엑시트 코리아(Exit Korea)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은 정작 우리 안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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