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전자의 연말 정기인사와 경영전략 수립이 지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장기화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설립방해 사건으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지난 9일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임직원 8명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내부 자료를 없앤 혐의로 기소됐다.

오는 13일과 17일에는 각각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설립 방해 의혹 사건 1심 공판이 열린다.

이 중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설립방해 사건의 경우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전직 삼성전자 인사팀장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현직 인사팀장인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3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달 17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진행된다.

지난 8월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한 때만 해도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이르면 올해 안에 마무리될 확률이 높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이라 사실관계를 다툴 부분이 많지 않고, 이 부회장 측이 유무죄 판단을 다투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4차 공판이 내년 중순으로 잡히면서 재판이 장기화할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나머지 증인 2명이 추가로 채택되고 결심·선고 공판이 이어지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이 내년 2~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이 이처럼 대거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삼성전자의 연말 정기인사와 경영전략 수립도 늦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매년 12월 초순에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12월 중순에 접어들었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4대 그룹 중 연말 정기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정기인사를 발표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년 12월 여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디바이스솔루션(DS)과 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주요 사업 부문별 현안과 목표를 점검하고 세부 전략을 수립한다.

올해는 인사가 지연되는 데 따라 참석자들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전략회의 일정 역시 유동적이다.

법원이 삼성전자의 준법 경영을 강하게 주문한 데 따라 삼성전자가 이를 반영하고자 고심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재판부는 지난 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기업이 정치 권력의 뇌물 요구를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삼성그룹 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강도 높은 영미식 준법경영 방안을 마련하고 인사나 조직개편에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등 다른 그룹과 달리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본연의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판이 빨리 끝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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