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적(시장)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 뻔하게 보이는 것도 사사롭게 여기지 않고 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올해 자랑할만한 채권 운용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박기웅 한국투자증권 매크로 트레이딩(Macro Trading)본부 채권운용담당 상무는 여전히 조심성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 상무는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채권시장을 대표할 사자성어로 '경적필패(輕敵必敗)'를 꼽았다.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박 상무는 올해 초 글로벌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할 것을 감지했고, 미·중 무역 분쟁이 전면적 타결 없이 장기적인 패권 다툼의 양상을 띨 것이라고 분석해 한 해 동안 좋은 운용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내년 대세적 방향은 글로벌 경기의 완만한 둔화와 통화정책 완화 무드의 지속"이라며 "채권을 운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럼에도 "다음 해를 전망하면서 항상 올해의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그 와중에 발생한 작은 이벤트들이 큰 모멘텀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그는 ▲미국 대선 이슈 ▲한국 총선 ▲국내 재정정책 ▲추가경정예산 등을 내년 시장에 변동성을 줄 수 있는 이벤트로 꼽았다.

박 상무는 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내년 하반기에 1회 인하가 가능한 정도"라며 "한은이 통화정책이나 재정 부양 효과 등을 보고, 2.3% 성장률 전망이 꺾이는 모양새가 나온다면 그때 인하를 고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변화 없이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연준의 태도 변화를 예상하기 위해 미국의 소비 지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의 소비"라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고용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소득과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연준의 입장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기웅 상무와의 일문일답.



-올해 채권시장 평가는



▲올해 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분간 인내심(patient)을 갖고 정책 대응에 나서겠다고 얘기했고, 이에 연준의 태도를 연초부터 빠르게 변화시킨 요인들이 무엇일까에 대해 집중했다.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있었고, 유럽과 중국 경기가 상당히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3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입장이 도비시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유럽 시장이 강세를 나타내자 포지션 확대로 대응했다. 4~5월이 되면서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중점적인 내부 스터디를 시작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패권전쟁이자 이념 전쟁이고, 또 자본전쟁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간 리스크 오프가 지속할 상황에 대해 베팅하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흐름을 잘 잡았던 것이 올해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이었던 것 같다.



-내년 채권시장 전망은



▲올해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글로벌 보호무역기조는 지속될 것이고 글로벌 교역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글로벌하게 통화 완화 정책이나 재정정책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을 운용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슈 노이즈는 시장의 변동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한국은 내년 총선도 있고 재정정책의 효과나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수급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대세적인 방향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의 완만한 둔화와 통화정책의 완화 무드의 지속이다.



-내년 한국은행 통화정책 전망은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한국 경기가 위축된다고 해도 미국이 금리 동결 방향인데 한은 혼자 인하를 하는 상황을 생각하기는 아직 어렵다. 한은이 통화정책·재정 부양 효과를 보고, 하반기 들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3%가 다소 꺾이는 모양새가 나오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인하를 한번 고민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딱히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의 소비라고 보고있다. 미국은 탄탄한 고용이 뒷받침하는 임금 소득이 있고 소비가 계속 진작되고 있어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고용이 평탄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소득과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연준의 입장도 조금 바뀔 수 있다. 이때 한은도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채권시장을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있다면



▲경적필패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했다. 적을 너무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의미다. 너무 뻔하게 보이는 것도 사사롭게 여기지 않고 대응을 잘해나가자는 의미다.

시장을 정확히 맞추는 것보다는 대응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 해야 한다.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맡겨 운영하되 잔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 해를 전망하면서 항상 올해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와중에 발생한 작은 이벤트들이 큰 모멘텀으로 바뀔 수 있다.



-딜링룸 문화와 향후 운영 방향은



▲치열한 고민과 토론문화를 중요시하고 있다. 위계질서가 가장 큰 적인 것 같다. 윗사람들이 면박을 줄까봐 두려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 조직이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사라진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생각한 전략은 반드시 실행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채권 인력들이 전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화 채권과 외화 채권을 따로 고민하기보다는 전 세계 자산 안에서 어떤 자산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운용인력을 양성하는 본부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내년은 이를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할 것이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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