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유통업계가 급속도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덩치를 불린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통 대기업들을 상대로 매각 의사를 타진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업계 개편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하지만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공룡들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일 유통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CJ,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내년도 사업전략을 짜면서 온라인 사업 강화 방안으로 이커머스 업체 인수 검토 방안은 제외했다.

최근 티몬 인수설이 돌았던 롯데는 내년 상반기 중 7개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한데 모은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온을 오픈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자체 육성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커머스 인수 필요성은 늘 고민하지만, 이들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 등이 일관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에 나서기에는 위험 요소가 크다"며 "우선 내부 통합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내년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 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올 초부터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들과 접촉하며 티몬 인수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티몬이 제시한 매각가와 괴리가 커 구체적인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티몬 매각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일단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외부투자와 재무 구조개선을 통해 내년 분기 흑자 전환을 이뤄내고,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와 비알브이(BRA)로부터 온라인사업을 위한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맺은 계약조건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 인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신세계는 투자금을 온라인 신설 법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의 물류·배송 인프라, IT 향상 등에 사용하고, 일정 기간 M&A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가 먼저 M&A를 제안하지 않는 한 먼저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이커머스 시장이 출혈경쟁으로 포화한 상태에서 수조 원을 투자해 인수하는 게 맞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고 말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CJ그룹도 내년부터 M&A 작업을 잠정 중단하고 사업별 수익성 강화를 우선 추진키로 하면서 이커머스 업체 인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CJ그룹은 지난 3년간 1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최근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외형확장을 멈추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내년 온라인 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지만, 이커머스 업체 인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 경영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향후 2~3년 내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대기업들이 인수에 나서도 늦지 않는다"며 "시간이 갈수록 조급해지는 건 이커머스 업체들이고 기다릴수록 인수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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