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손지현 기자 = 2019년 국내 은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며 은행권을 흔들었다. 산업계의 일로만 치부됐던 파업이 은행에서 현실화하자 연초부터 이를 향한 비난이 거셌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으며 가시밭길을 이어갔다. 제2의 카카오뱅크를 꿈꾸는 새로운 도전자는 조만간 발표된다.

4년 만에 부활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의 첫 타깃으로 선정된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검사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두 번째 순서로 현재 검사를 받고 있다.

장기화한 저금리 기조 속에 예대마진을 늘리는 데 한계를 느낀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에 치중했다. 이 가운데 성장성이 큰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들의 격전지가 됐다.

하지만 과도한 영업 관행이 화를 부르기도 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은 금융권 전체의 '블랙스완'이 됐다. 이를 1조 가까이 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기관제재에 이어 최고경영자(CEO) 제재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 핀테크를 육성하는 정책기조에 힘입어 은행은 혁신금융사업자가 됐다. 국민은행은 '리브M'을 출시하며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VNO)가 됐고, 다른 은행도 다양한 핀테크업체와 협업해 기존엔 상상할 수 없었던 금융혁신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은행권 최대 화두였던 채용 비리는 올해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로 다시 회자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채용 비리와 관련해 금감원이 법률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연임을 포기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에 도전했다

◇국민은행 19년 만의 총파업

지난 1월 8일 오전 9시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 주최 측 기준 1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한데 모였다. 노사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페이밴드(호봉상한제)·성과급 등의 핵심 쟁점을 놓고 연일 밤샘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그렇게 19년 만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실상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었지만, 비난은 거셌다. 노조는 파업이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라고 주장했지만, '고액 연봉자의 부자 파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총파업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국민은행이 거점점포 등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곳곳에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일도 발생하는 등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총파업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며 위기상황 대응반을 위기관리협의회로 격상,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결국 허인 국민은행장은 고객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를 넘긴 노사 간 줄다리기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지난 6월 노사는 'L0'(최하위직급) 근속기간 인정, 신입 행원 페이밴드에 대한 현안 해결을 위해 '인사제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며 여전히 갈등의 봉합 점을 찾고 있다.

◇'은행이 통신을?'…혁신금융사업자가 된 은행

디지털 포메이션을 내세우며 생존을 고민해온 은행이 올해는 너도나도 혁신금융사업자가 됐다.

1999년 국내 최초 인터넷뱅킹 도입하고, 2017년에는 손바닥 정맥 인증을 통한 출금 서비스, 올해는 금융권 최초로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한 국민은행이 이제는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VNO)가 돼 6천700만 이통통신사 시장을 넘보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한 '리브M'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첫 금융혁신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국민의 실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금융과 통신 산업을 융합할 경우 결합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평가를 개선하고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 통신 시장 확대 등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2년간 한시적인 사업 기회를 부여했다.

그밖에 우리은행은 지점 방문 없이 요식업체 등에서 사전 예약한 환전·현금인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뱅크샐러드의 맞춤형 대출 상품 추천 서비스에 참여해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도 준비 중이다.

DGB대구은행은 고객이 항공사 앱을 통해 환전 신청을 해 공항의 체크인 데스크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핀테크와 손잡은 은행의 변신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커버드본드부터 자사주 소각까지…자본정책 다양화

올해 은행들은 어느 때보다도 금감원 면담 신청이 잦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新)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내년에 시행될 새로운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은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포인트 높이고 기업 대출은 15%포인트 내린다. 은행들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맞춰야 한다. 이에 은행들은 올해 내내 예수금을 확보하는 데 바빴다.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그 대안 중 하나였다. 금융당국은 현재 원화 예대율을 산정할 때 만기 5년 이상의 커버드본드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SC제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연이어 커버드본드 발행에 착수, 올해만 3조원 넘는 시장이 형성됐다.

여기에 자본 비율을 확대하려는 은행 지주들은 외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간 배당에 한정돼있던 주주환원 정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사상 최고실적을 경신해도 시장으로부터 20년 전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는 은행의 고민이 이제는 자본정책을 활용해 주가를 부양하는 데 집중된 결과다.

◇4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

2015년을 끝으로 폐지됐던 금감원 종합검사가 올해 부활했다.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이 취임하며 '유인부합적'이란 수식어를 붙여 종합검사 카드를 다시 꺼냈다.

금감원은 2∼3년 주기로 관행적으로 종합검사 대상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밑도는 금융회사를 우선 검사하고, 충족하는 회사는 검사에서 제외하는 일종의 '컨설팅'임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종합검사를 두고 마찰은 컸다.

금융위원회는 부활한 종합검사가 금융회사의 과도한 수검 부담, 보복성 악용이 우려된다며 운영방안을 수정할 것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윤 원장이 금융위와 사전 협의 없이 종합검사 부활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한 데 따른 불쾌감이 반영된 갈등이란 해석도 나왔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잠재 리스크 대응, 금융회사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지난 4월부터 종합검사를 시작했다.

은행권에서 첫 검사 대상으로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선정됐다.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은 지난 11월부터 두 번째 타자가 돼 이번 주까지 종합검사를 받는다.

금감원은 조만간 법률적 검토를 마무리하고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경영진 면담을 할 예정이다.

◇금융지주 격전지 된 퇴직연금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시장에 은행 금융지주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작은 신한금융지주가 했다. 조용병 회장은 '수익이 없는 곳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수수료 정책을 개편했다.

이 명제는 이후 모든 금융지주에 유효해졌다. 대부분은 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해지 시점에 수익률이 마이너스이면 수수료를 감면하고, 사회적기업이나 중소기업에는 수수료를 깎아주고 있다.

격전지가 된 퇴직연금 시장을 선공하기 위한 조직개편 바람도 거셌다.

신한금융은 그룹 자회사가 운영하는 퇴직연금 조직을 그룹 차원의 사업 부문으로 통합해 매트릭스 체제로 확대했다. KB금융지주는 그룹 연금사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인 연금본부를 신설했다. 산하에는 연금기획부를 뒀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 내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해 프라이빗뱅킹(PB) 업무에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상담원 30여명을 배치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연초 은행 내 신설한 연금사업본부를 연금사업단으로 격상해 연금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은행과 증권, 손해보험, 생명보험 등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퇴직연금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협업을 기반으로 특화상품을 개발, 운용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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