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바닥난 통화정책과 경기부양
[데스크 칼럼]바닥난 통화정책과 경기부양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9.12.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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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잘해봐야 2%를 턱걸이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2.7%에 비해 0.7%포인트 정도 낮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연간 성장률 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카드도 상당 부분 소진함에 따라 앞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10월 각각 25bp씩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를 역사적인 저점인 연 1.25%까지 내렸다. 다만, 경기 회복에 '무용지물'이었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대내적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통화정책만으로 경기를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에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도 일제히 통화정책에 의존하며 경기 부양에 올인했다. 일부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낮춘 데 이어 심지어 '마이너스'로 내림으로써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통화당국이 수년간 초저금리를 지속했음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하면서, 중앙은행 주도의 통화정책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들이 힘을 얻고 있다.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오히려 과잉 채무에서 비롯된 문제를 채무를 부추기는 것으로 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물영역에 대한 통화정책의 약발이 사라진 상황에서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의 거품만 키우고 있다는 비난도 없지 않다.

이른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통하는 국제결제은행(BIS)도 비슷하게 진단했다. 지난 9월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통화정책 조치를 활용할 공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부담이 커졌고, 병이 재발했을 때 이를 치료할 약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카드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면서 재정정책의 역할이 한층 커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통화정책 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새로운 정책조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연초에 금리 인하 필요성을 외쳤던 정부도 부동산 불안 등으로 추가 통화 완화에 신중한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양호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당장은 저성장의 충격을 줄이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게 무엇보다 급하다. 그러나, 재정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성장잠재력 확충과 생산성 제고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한다.

더욱이 재정정책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는 7~8%대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줄일 정도로 민간의 경제활동이 위축됐다는 뜻이다.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민간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살아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수단으로만 재정정책을 활용하면 아무리 건전한 재정 여력도 결국에는 바닥날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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