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환오픈에도 보험사 여전히 회계 기준 이슈로 발 묶여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2019년 한 해는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수급 체계가 큰 폭으로 바뀌는 해였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확대되면서 달러 수급에 큰 변화가 생겼으나 기관 간의 방식 차이로 환 헤지를 둘러싼 규제 방식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11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모든 포트폴리오 자산에 대한 환오픈을 실시하고 내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달러-원 현물환 시장에서 거대한 수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과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완전 환 오픈했으며, 해외 채권도 점차 환 헤지 비율을 줄여왔다.

반면 보험사의 경우 회계 기준 이슈로 의무적으로 환 헤지 비율을 유지해야 해 헤지 비용 문제를 여전히 떠안고 있다.

윤태식 기재부 국금국장은 지난달 28일 연합인포맥스가 주최한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 컨퍼런스에서 "점차 해외증권투자가 늘어나는 방향성에서 볼 때 환 헤지 형태에 대한 개별 금융기관과 거시 경제 차원에서 어떤 형태가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환 헤지 문제는 금융기관 수익성과도 연결되고 당국 입장에선 스와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외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도 주목한 해외증권투자 환 헤지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은 해외증권투자 환 헤지와 관련한 스와프 시장 영향을 주목하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외환 수급 동향을 볼 때 외은 지점을 중심으로 금융거래가 확대되고 스와프 자금 공급 비중도 커지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해외증권투자 환 헤지와 관련해 단기 스와프거래를 통해 포지션을 롤오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글로벌 차원에서 달러 유동성 위축이 발생할 경우 단기적으로 스와프레이트에 충격이 초래되고 이에 따라 롤오버 비용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관련 부서는 롤오버 시 헤지 비용이 커지면 투자수익률이 저하되므로 투자자산의 중도매각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기적으로는 해외투자 수요의 조정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금통위원들은 경상거래를 통한 외환 공급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해외증권투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외환 수급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했다.

◇기관별 환헤지 차별성…방향성은

국민연금 해외 투자 비중은 2008년 6.9%였으나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34.2%로 늘어나 244조1천억원에 달한다. 이 중 해외 주식이 153조9천억원으로 63.1%에 달하고 해외 채권이 32조원으로 13.1%를 차지한다.

한국은행 '2019년 9월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5천431억 달러였다. 이 중 부채성증권(채권)이 2천240억 달러, 지분증권(주식)이 3천192억 달러다.

반면 보험사의 경우에도 주로 해외 증권 투자에 장기투자하지만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환 헤지해야 한다.

이는 회계기준 이슈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이 내릴 경우 회계상 손실로 처리된다는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급비율 여력이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대략 30% 정도까지밖에 오픈할 수 없다"며 "투자한 금액이 10조 달러 이상이더라도 7천억 달러에 대해서만 환 오픈할 수 있어 나머지는 모두 헤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규정상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회사 경우 해외 채권에 투자 시 국내 투자보다 약 2~3%가량 높은 기대 수익률을 갖고 투자한다"며 "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환율 변동으로 지게 되는 외환상 손실을 피해로 반영하게 돼 이를 감내할 경영진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보험사 "완충적 회계 기준 필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만 보험사의 경우 '외환충당금(FX Reserve)' 계정을 활용한다.

헤지를 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발생한 환차 손익의 50%를 외환충당금 계정, 즉 대차대조표의 부채 계정에 산입하는 식이다.

대만 보험사들의 환헤지 비율은 70~80% 정도며 해외투자 비중은 60%대다.

보험사 관계자는 "외환 손익 부분을 기타포괄손익(OCI)으로 분류하는 완충적 회계기준에 따르면 자본 조정 안에 있는 단기 순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사항이 아닌 만큼 무조건 헤지해야 하는 상황이며 스와프포인트가 현재 마이너스라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경우 2012년부터 외환충당금 계정을 도입했다.

해외투자의 핵심인 환관리의 부정적 결과를 정부가 묵과해준다는 측면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장기 투자라는 점에서 한 해의 환평가를 손익에 반영한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 충당금 계정을 통해 FX 노출 자산의 9.5% 한도에서 FX 손익의 50%는 손익에 반영하지 않고, 대차 대조표의 부채 항목에 편입시킬 수 있게 된다"며 "푸본생명의 환율 관련한 평가 손익 추이에서 영향이 확인되는데 2012년 외환충당금 계정 도입 이후 환율의 등락이 커졌음에도 환평가액의 영향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윤태식 국장은 "보험사의 경우 정부 규제나 회계 기준상의 이슈로 일정 부분 헤지해야 한다"며 "기관 차원에서 보면 국민연금과 달리 투자 전략에서 손이 많이 묶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이어 "100% 오픈은 쉽지 않겠으나 전략적으로 외환 시장의 상황에 맞게 헤지 비율을 조정할 부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헤지 비용이 너무 비싸면 헤지를 늦춘다거나 환율이 다시 오르면 환헤지를 다시 하는 등 여러가지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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