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계 고위인사, 특히 전·현직 고위 경제금융 관료에는 그야말로 '큰 장'이 열렸다. 금융기관장 인사철이 한창인 가운데 이 이벤트가 끝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선임도 예정돼 있다. 금통위원 선임은 내년 4월에 이뤄지지만, 벌써부터 금융판이 들썩이는 건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한꺼번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임명 시즌이면 '남대문(한국은행)에서 광화문까지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내년 초가 되면 자칭타칭 후보군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임기가 돌아오는 금통위원은 조동철, 고승범, 이일형, 신인석 등이다. 관료들이 특히 관심을 두는 자리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추천 몫이다. 조동철, 고승범 위원의 후임 자리다. 조동철 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기재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금통위원이 됐지만, 이번에는 관료 출신이 추천돼야 한다는 게 관가의 희망 섞인 바람이다. 금융위 상임위원 출신인 고승범 위원의 후임은 당연히 전현직 관료가 낙점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금통위 구성이 학계에 치우쳐 있어 경제와 금융정책 실무를 해본 관료 출신이 보강돼야 한다는 당위성도 작용하고 있다.

고위직 관료들이 기관장도 아닌 금통위원 자리에 유독 관심을 두는 건 처우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각각의 의사결정기구나 다름없다. 정부 차관급의 예우를 받고 연 급여는 3억2천만원을 웃돈다. 개인 집무실과 비서, 차량도 제공된다. 웬만한 금융기관장 못지않은 수준이다. 가장 매력적인 건 임기 4년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정권에 따라 흔들릴 걱정이 없다. 일찌감치 특정 인사가 금통위원 자리에 줄을 대려고 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간이 갈수록 온갖 하마평이 쏟아질 게 자명하다.

금통위원 4명이 한꺼번에 교체돼 금융시장에 혼선을 줄 여지가 있다. 통화정책의 연속성이나 안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에선 이들의 임기 전까지 기준금리 변경은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이렇게 금통위원 임기가 몰리게 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인사 실기 탓이 크다. 애초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은 각각 3명과 2명씩 묶어 교체하게 돼 있었지만, 지난 2010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박봉흠 위원이 퇴임한 이후 무려 2년간 공석 상태가 빚어졌다. 2012년 4월 정순원 위원이 다른 기관 추천 위원들과 같이 임명되면서 4명의 임기가 동시에 돌아오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임기를 둘러싼 혼선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금통위원의 무더기 교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법이 개정된 덕분이다. 지난해 2월 개정된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임명되는 금통위원 2명은 이번에만 임기가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금통위원 임명이 늦어지더라도 전직 위원의 임기가 끝난 즉시 임기가 시작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검증 지연에 따른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통위원 교체 시기가 쏠릴 일은 없을 테니 제대로 된 사람을 뽑는 과제가 남게 됐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인사를 찾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무엇보다 정책 방향에 대한 소신을 갖춘 인물이라야 한다. 한 전직 금통위원은 "밖에서는 우아한 자리로 볼 수 있지만, 멘탈이 탈탈 털릴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의사결정을 앞두고 한은 집행부에 흔들리고, 정부와 국민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고, 정권이나 추천 기관의 입맛에도 맞춰야 할 때가 있다 보니 정작 소신대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는 하소연이다. 한은 추천 금통위원은 '매파', 정부 추천 위원은 '비둘기파'라는 관념화된 평가도 이제는 식상한 일이다. 추천 기관의 성향에 맞춘 인사가 아닌 실력과 성품, 탄탄한 멘탈을 갖춘 인사를 미리미리 적극적으로 찾아보길 권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