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지금은 돈이 별로 안되죠. 하지만 진짜 돈이 되는 시기는 기업의 퇴직연금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로 전환할 때입니다. 규모가 훨씬 커질 겁니다"

오랫동안 연기금 운용을 해 온 업계 관계자는 OCIO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증권사들이 각종 기금의 위탁운용기관(OCIO)을 놓고 치열한 자리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위탁운용에 나선 자금이 큰 기관을 중심으로 보면 100조원 안팎의 시장 규모에 그치지만 향후 새 먹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열려있어서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위탁운용기관을 둔 기금은 연기금 투자풀이 약 22조원, 국토해양부 주택도시기금이 약 36조원, 산재기금이 18조원, 고용보험기금이 9조원으로 총 85조원에 달한다.

이 밖에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도 외부위탁운용을 하고 있는데다 한국 농어촌공사의 농지기금도 규모가 커지면서 위탁운용 가능성이 불거진 상태다.

공적기금에 이어 대학교 발전기금도 OCIO 시장에 등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년부터 서울대학교의 발전기금 보통자산 2천억원을 운용, 관리할 OCIO로 선정됐다. 다른 대학교의 발전기금 운용에 대한 전략 변화가 있을 경우 학교 발전기금 입찰이 잇따를 수 있다.

OCIO로 대규모의 자금을 굴린다 해도 눈앞의 수익이 당장 큰 것은 아니다.

수조원의 자금을 운용해도 보수가 대체로 30억~50억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격 요건도 까다롭다.

자금 운용을 맡으려면 그동안의 OCIO 이력과 운용 전문가들을 갖춘 조직,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삼성자산운용이 약 35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며 OCIO 시장에서 선두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내로라하는 증권사라 하더라도 OCIO 시장에 기금 운용 경험이 쌓여있지 않으면 바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전략적으로 팀을 꾸리고 대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약 20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위탁운용을 맡게 될 경우 운용을 잘하는 곳을 찾아 펀드셀렉션을 제대로 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므로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OCIO 시장이 점점 확대될 경우 새로운 수익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는 중소기업 퇴직연금이 법 개정을 거쳐야 하므로 바로 현실화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점점 퇴직연금 규모가 커지고, OCIO 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춘추전국시대가 올 수도 있다.

최근 서울대 발전기금 운용에 10개 기관이 뛰어든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KB증권과 KB자산운용의 경우 같은 계열사임에도 각각 입찰에 나설 정도로 경쟁이 뜨거웠다.

앞으로 기업 퇴직연금이 이 시장으로 들어올 경우 증권사들이 앞다퉈 운용을 맡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투자풀을 시작으로 점점 시장이 확대돼왔는데 아직 대학기금이 더 남아있고, 4대 연기금은 OCIO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향후 기업 퇴직연금 시장이라는 큰 풀이 더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syju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