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T&G가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여파로 현지 사업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자 결국 이란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란에서 연간 5억 개비 규모의 담배를 생산해 한 때 현지 담배시장 점유율이 10%에 육박했을 정도로 잘 나갔지만, 예상치 못한 국제정세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G 이사회는 지난 3분기 경영위원회에서 이란 법인인 KT&G Pars의 청산을 결정하고, 현지 철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점차 강화하면서 원부자재 운송로 및 외화 송금을 위한 루트가 차단되는 등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KT&G는 지난 2008년 테헤란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란의 국영 담배기업인 ITC와 합작 생산 계약을 맺고 에쎄와 파인 등을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가 지속하면서 사업 여건은 악화하기 시작했다.

2013년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KT&G의 이란 법인은 3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2016년 82억원, 2017년 160억원, 지난해에는 52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도 3분기까지 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이란 법인의 자본은 잠식됐고, 부채도 가파르게 늘었다. 올 3분기 기준 부채 총액은 607억원에 달한다.

KT&G는 이란 법인이 해외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대이란 수출은 지속할 것이어서 현지법인 철수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인상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며 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는 만큼 점차 중동시장 비중을 줄이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해외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꾀할 방침이다.

KT&G의 전체 해외 매출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현지화 전략으로 진출 초기 빠르게 안착했지만, 정세 불안으로 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환율 문제 등이 계속 터지면서 부진이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제품을 공급해주는 중동 유통사 아로코자이와 계약이 올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계 큰 손으로 불리는 아코로자이와의 협업은 중동 수출길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KT&G 관계자는 "아코로자이와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며 "수출지역 다변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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