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증시에서 순매도 규모를 키워오던 외국인이 미묘하게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내년 국내 증시 전망을 묻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가 최근 조금씩 있다"며 "2019년까지 워낙 국내 증시가 안 좋았던 만큼 기저효과로 내년에 증시가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과 대형주 중심으로 문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도 "운용사를 통해 외국인의 문의가 오고 있다"며 "2018년에 증시가 매우 안좋았고, 올해도 부진했기 때문에 내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찔러보는 문의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국계 기관의 경우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2,450~2,500포인트까지 높게 보는 경우가 많아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의 이런 변화는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설명회를 나가도 한국에 관해서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정도만 묻던 해외투자자들이 최근에는 국내 증시 전망을 묻기 시작한 점은 다소 달라진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증시는 올해 미국 다우지수가 역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글로벌 증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2018년에는 2,600대에 고점을 형성한 후 지난해 9월말 2,300선을 내줬다. 그 후 줄곧 1,890~2,250 사이에 머무르며 2,300선을 넘지 못했다.

증시 급등을 이끌 변수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미중 무역분쟁에 휩쓸린데다 반도체를 둘러싼 한일 수출 갈등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는 사실상 박스권에서도 아래쪽에 머물렀다.

설상가상 모건스탠리캐피탈지수(MSCI) 신흥시장(EM) 지수 정기변경에 맞춰 외국인 순매도가 줄을 이었다. 11월중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30억달러 넘게 순매도를 보이면서 중 10개 신흥국 주식 중 가장 많은 양을 팔았다.

이에 국내증시에서는 올해까지는 부진했지만 내년부터는 '기저효과'덕을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12월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면서 신흥국과 유럽의 증시 호조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이들 지역의 주식 저평가에 따른 반등의 소지가 있으며, 가치주로의 시장 로테이션과 중국 및 유로존 경기부양책 등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해외 IB는 신흥국 주가가 저평가되고 포지션이 낮게 유지돼 있어 향후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JP모건체이스는 미중 통상마찰 완화에 따른 위험선호 확대와 달러 약세 기대가 나타날 경우 신흥국과 유럽에 가장 큰 이득을 줄 것으로 봤다.

이들은 과거 달러 약세기간 동안에 신흥국, 유럽, 일본, 미국 순서로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점에 주목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부 해외투자기관들은 한국에 대해 2019년 1.9%에서 2020년 2.1%로의 경기 반등과 주식 강세 의견을 제시했으나 최근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세에 비춰볼 때 대외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다만, 그동안 유출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경우 주식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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