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디자인이 전부인 차'라는 비아냥도 들었던 K5가 4년만에 확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보다 강렬한 인상으로 진화한 디자인에 더해 음성인식 AI 등 운전자·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첨단 신기술이 대거 장착됐다.

기아차가 그리고 있는 '미래차'의 방향성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2일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3세대 K5 출시행사 이후 시승회에 참석했다.

워커힐호텔을 출발한 뒤 올림픽대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 자유로를 거쳐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에 도착하는 코스의 운전대를 잡았다.

시승을 위해 제공된 모델은 가솔린 1.6 터보 차종에서 사양이 가장 높은 트림인 시그니처 모델이다.

3세대 K5의 실물을 처음 마주하면 전면부 디자인에서 한 동안 눈을 떼기 어렵다.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이었던 '타이거 노즈'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와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면서, 라이에이터 그릴에 국한됐던 강렬함이 전면부 전체로 확대됐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확 바뀐 K5 전면부에 더해 낮고 길게 빠진 측면부는 스포츠카 모델을 떠올리게 만든다. 후면부 디자인도 깔끔해 전체적인 조화가 나쁘지 않다.

차량에 탑승해 가장 먼저 시험해 본 기능은 기아차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협업해 만든 음성인식 기능이었다.

김병학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은 출시 행사에서 "과거에는 마우스와 터치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새 시대는 음성인터페이스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K5에 적용된 음성인터페이스를 활용하면 주행 중에도 대화형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체험해 보니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운전대에 위치한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니 '네, 말씀하세요'라는 응답이 돌아왔고, '전체 창문 내려줘'라고 요구하자 모든 창문이 즉각 열렸다.

실내 온도 조절이나 시트 열선 등 기본적인 조작의 경우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오늘의 운세나 뉴스, 관심 있는 주식의 주가 등을 묻더라도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곧 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이후 '창문 올려줘' 등의 추가 요구를 했지만, 운전석 창문만 올라가는 등 문제는 있었다.

명령어를 조금씩 수정하며 '모든 창문'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려 노력했지만 제대로 알아듣지 못 해 결국 수동 조작에 나서야 했다.

아울러 엔진음과 주변의 소음 등과 겹쳐 음성인식이 어려운 경우도 더러 있었다.

단순 검색 결과를 넘어서는 고차원적 질문 등을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다만, 운전석과 보조석을 나눠 인식하거나, 음성인식을 통한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기능은 매우 편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운전자도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칠 경우 활용도가 높은 기능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생긴다.





이후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서 외관과 주행성능이 얼마나 통일감을 줄 수 있을 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시동을 걸고 차를 몰고 나가면서 드는 첫 느낌은 '묵직함'이었다.

그러나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이내 과격한 엔진음이 밑바닥을 타고 운전석에 그대로 전달된다.

엔진음에 비해 치고 나가는 가속력은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드라이빙의 경험에 재미를 입히는 데는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 등 반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기능들도 준수한 편이었다.

최근 출시된 신형 그랜저와 비교해도 달라진 부분을 찾기는 어려웠다.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해 최대 속도를 설정한 뒤엔 K5에 운전의 주도권을 넘기더라도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구간 단속 등에서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총 4단계로 나눠 지정할 수 있는 점은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낫다는 느낌도 준다.

또 중간에 차량이 끼어들었다가 나가더라도 상황 변화를 확실히 인식해 즉각 거리를 조절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톨게이트 등 차선이 복잡해지는 곳에서는 수동 조작이 불가피했다. 차선이 희미하거나 지워진 곳도 마찬가지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하면 운전자가 해야 할 일은 경고음에 맞춰 핸들을 살짝 틀어주거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 남은 직진 구간을 확인하는 정도가 전부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이 차는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3세대 K5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3세대 K5는 기아차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직접 타 본 3세대 K5는 디자인만 좋은 차는 아니었다.

혁신적인 디자인은 물론 젊은 감성과 깔끔함으로 무장한 실내 인테리어와 역동적인 주행감각 등은 20~30대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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