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통화옵션계약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이르기까지 약 10여년간 은행권에 만연해 온 불완전판매 관행에 철퇴를 내렸다.

13일 금융감독원은 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 결과 브리핑을 열어 "은행의 불완전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분조위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업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피해액은 약 1천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조위가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한 기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됐던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준수 여부다.

금감원 분조위는 판매 은행들이 4개 기업과 키코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타행의 환헤지 계약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체결함으로써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C기업의 경우 기업 전체 수출액 중 달러화 비중이 평균 30% 수준에 불과한 데도 달러화나 원화, 엔화, 유로화 등 이종통화를 합산해 달러로 환산한 매출총액을 기준으로 달러화 통화옵션상품을 권유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기업의 경우 주거래은행이 외화유출입 규모를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헤지대상으로 설정한 외화 순유입액을 크게 초과하는 규모의 계약을 권유받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버헤지로 인해 환율이 오르면 무제한으로 손실이 가능해지는 등 향후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들이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설명 의무도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키코상품의 손익을 그래프로 설명하면서 레버리지로 인한 손실확대 구간이나 손실구간 자체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아 고객이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계약 사례를 살펴보면 관찰기간 중 환율이 낙인(KI) 환율 951원에 도달할 시 행사환율은 931원에서 910원으로 21원 떨어지고 결제금액이 2배 증가하는 등 계약조건이 현저히 불리해지는 구조였지만 설명서에는 낙인환율 전후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분조위는 적합성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을 30%로 하고 기업별로 손실액의 15%에서 41%까지 받을 수 있도록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이러한 불완전판매 기준은 지난주 발표된 DLF 불완전판매 기준과도 유사하다.

당시 금감원 분조위는 분조위에 부의된 6건 모두 불완전판매로 판단하면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손실 감내 수준 등 투자자 정보를 먼저 확인한 후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한 것이 아니라, DLF 가입이 결정되면 은행 직원이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 등으로 임의 작성했고, 초고위험상품인 DLF를 권유하면서도 원금전액 손실 가능성 등의 투자위험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코 사태가 지난 2008년 초 불거졌고, DLF는 올해 초 발생한 사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넘게 이어진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금감원이 잇따라 철퇴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오히려 키코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게 DLF 사태의 원인이 됐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분조위 조정결정을 은행과 기업 양 당사자에 조속히 통지해 수락을 권고할 예정으로, 양 당사자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 수락할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이번 분쟁 조정 신청기업 이외 나머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조정 결정이 성립되면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분쟁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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