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의 배달서비스 전문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8천억원에 매각되는 '빅 딜'이 성사되면서, '잭팟'을 터트릴 가능성이 큰 다른 국내 유니콘 기업이 또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우아한형제들과 IB(기업금융) 업계 등에 따르면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천500억원)로 평가하고,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87%를 인수했다.

토종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김봉진 대표는 지난 2010년 5명과 함께 창업해 배달의민족을 통한 배달 중개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지난 5년간 유치한 투자금은 총 5천억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 힐하우스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GIC 등으로부터 총 3억2천만달러(약 3천611억원)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3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배달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 대표가 과감하게 글로벌 M&A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 앱 1위에 올랐지만,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쿠팡과 카카오 등 대형 IT 플랫폼의 잇단 시장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라면서 "이 같은 위기감이 글로벌 연합군 결성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확장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대형 IT 플랫폼들에 잠식당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시장 보호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공략하는 차원에서 이번 딜이 성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을 시작으로 내년도 이커머스 업계의 기업공개(IPO)·M&A 등 유통업 전반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뿐 아니라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자금 회수와 맞물려 구조적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쿠팡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현재 영업구조와 적자 규모를 고려했을 때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받은 30억달러 투자가 내년 말께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어서 나스닥 상장이나 국내외 기업과의 M&A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의 그간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으로 평가받는다.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는 통상 거래액에 몇 배수를 곱해 산정하는데, IB 업계에선 쿠팡은 거래액(7조원)의 1.4배에 해당하는 기업가치로 계산했다.

쿠팡은 비전펀드 한 곳으로부터만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투자자의 검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만큼 매각이 이뤄진다면 우아한형제들의 케이스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티몬의 기업가치도 1조원 중반 수준으로 평가되며, 위메프가 지난 10월 넥슨홀딩스 등으로부터 4천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산정된 기업가치는 약 2조5천억원이다.

M&A 시장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마켓컬리도 약 1조원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우아한형제들 딜은 한국 스타트업도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글로벌 연합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유니콘 기업의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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