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이르렀지만, 세부사항이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 합의문이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시장은 계속 불안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가 16일 전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1단계 무역 합의 내용은 일정 부분 시장에 긍정적이다. 미국은 2천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는 유지하지만 1천2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오던 15%의 관세를 7.5%로 낮추기로 했다. 또 당초 15일 부과할 예정이던 중국산 제품 1천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도 철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 성장세를 0.8%포인트 깎아 먹는다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런 만큼 1단계 무역 합의로 관세가 줄어드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서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이 향후 미국산 농산물을 2년간 320억달러어치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구체적인 액수를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중국이 향후 연간 500억달러 규모로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분명한 일정표는 내놓지 않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은 회피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입한 농산물 규모는 한 해 200억달러 수준이었다.

또한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의 구조개혁에 합의했는지도 불분명하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 선임 연구원은 정부 보조금 등 무역전쟁을 촉발한 주요 사안에 대한 개선안이 이번 합의에 담겨 있지 않다면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배런스는 "이번 1단계 합의 내용의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합의 틀을 갖췄다고 발표했을 때와 일치한다"며 "하지만 두 달 간 공은 그 지점에서 거의 굴러가지 않았고 지난 5월 양국이 보였던 갈등과 비슷한 현상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 고문은 "이번 합의는 양쪽 모두에게 깨지기 매우 쉽다"며 "중국 산업 정책에 관한 핵심 문제도 전혀 손대지 못한 만큼 2단계 합의는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수혜자는 농업 부문과 12월 관세 부과 대상이었던 부문의 기업들"이라며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 증가에 직면했던 미국 소매업체들 또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후퍼는 "이번 합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좋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낙관론이 진정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랠리했던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먼웰쓰파이낸셜네트워크의 브래드 맥밀런 최고투자책임자(CIO) 또한 "이번 합의는 단기 호재지만 쉽게 사라질 것"이라며 "실제 합의문에 서명하기 전까진 이번 합의는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 심리적 요소이고 쉽게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한나 앤더슨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투자 노트에서 "미·중 무역 휴전은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심리를 북돋겠지만 그것은 불로소득으로 얻은 이득 같은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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