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정윤교 기자 = LG그룹 구씨 가문과 57년간 3대를 이어오며 동업 관계를 맺었던 GS그룹 오너 일가가 사흘 연속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빈소가 꾸려진 첫날 조문한 데 이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이틀 연속 조문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LG그룹은 고 구 명예회장이 평소 실천해 온 소박한 삶의 뜻과 소신을 받들어 가족장 중심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빈소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손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가족들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는 16일 오후 허창수 회장과 허태수 회장이 GS그룹 계열사 사장단 10여명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허태수 회장은 구 회장이 별세한 후 빈소가 꾸려진 첫날 조문을 와서 애도를 표한 후 이날 두 번째로 빈소를 찾았다.

허창수 회장 역시 전일 조문을 다녀간 후 이날까지 이틀 연속 빈소를 찾아 구 회장을 추모했다.

조문 첫날 허창수 회장은 "구 회장이 좀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4일 전경련을 통해 발표한 추도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회장님의 지혜와 경륜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더는 뵐 수 없다는 이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근 동생인 허태수 회장에게 GS그룹 회장직을 물려준 허창수 회장은 할아버지(구인회-허만정)와 아버지(구자경-허준구) 세대에 이어 구씨가(家)와 허씨가 간의 '3대째 동업'을 이어왔다.

두 집안의 동업은 해방 직후인 1947년 LG그룹의 모체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구인회 창업 회장의 장인인 고 허만식씨의 6촌이자 만석꾼이었던 고 허만정씨는 당시 사돈가의 젊은 사업가였던 구인회 회장에게 출자를 제의하면서 자신의 셋째 아들인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경영수업을 의뢰했다.

락희화학 창립 직후 구인회 회장은 허 전 명예회장을 영업 담당 이사로 기용하면서 구-허씨 가문은 LG그룹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허준구 회장의 형제들도 경영에 합류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구-허씨 가문의 동업은 2005년 GS그룹을 LG그룹에서 법적으로 계열 분리할 때까지 57년간이나 이어졌다.

특히 두 가문은 서로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고 합리적 원칙에 바탕을 두면서 인화 경영을 강조해 동업과 계열 분리 과정을 모두 불협화음이나 잡음 없이 마쳤다.

화합 정신은 2002년 7월 허준구 회장이 작고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구자경 회장은 5일장 내내 빈소를 지켰고 일본 출장 중이던 구본무 회장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하는 등 구씨 집안도 상가를 떠나지 않아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은 구-허씨 상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구본무 회장 별세 때는 해외 출장 중이었던 허창수 회장이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해 구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계열 분리 전까지 구본무 회장은 중요한 경영사항을 보고받을 때 허창수 회장과 자리를 같이하는 등 동업자로서 예우했고, 허창수 회장도 구본무 회장과 함께 현장을 방문할 때는 한발 뒤에서 동행하는 등 배려심을 보여줬다고 한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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