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증권가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출발은 좋았다. 초대형 IB(투자은행) 타이틀을 얻은 대형증권사들은 발행 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몸집을 키우고 이익의 폭을 넓혔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매년 신년 하례회 때마다 화두가 됐던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저마다 특색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올해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증권업계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던지게 할 만한 대형사고들도 많았다. 헤지펀드 업계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이 돌연 펀드 환매 연기를 선언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고, 검찰 조사가 이어지면서 횡령사고와 펀드 돌려막기 등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줄줄이 드러났다.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 손실 사태에서도 증권가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에 큰 손상을 입히며 돌이키기 힘든 상처로 남았다. 다만, 파생상품시장 활성화와 증권거래세 인하, 리츠 활성화 정책 등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증권가의 활력을 키웠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자 증권 제도 같은 선진형 제도들도 도입이 돼 의미 있는 한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과연 어떨까. 증권가에선 이구동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규제가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증권가에선 "증권맨인지 부동산맨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증권사들의 실적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정부의 규제로 이 분야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각 증권사별로 PF 익스포져를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증권사들의 실적 호전을 이끌었던 IB 부문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4분기부터 증권사들의 실적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엔 더욱 미끄럼을 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성장률과 물가, 환율 등 각종 거시경제 변수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 미·중 무역 협상은 1단계 합의를 했으나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이 있는 내년 11월까지는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관계는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증권가가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곳곳에 산적해 있는 셈이다.

각 증권사들은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어려운 환경을 타개해 나가려는 모습이다. 사상 최고의 시기를 보낸 증권사들은 이제 본격적인 위험관리에 대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선제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국도 시장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되 과도한 규제로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실패라는 오명을 듣지 않도록 시장 자율과 위험관리의 경계선에서 현명한 관리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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