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7일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정책당국자들이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도 그동안 악화일로를 걷던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등 주요 분배지표들이 이번 발표에서 일제히 개선되면서 소득 불평등 현상이 완화되는 모양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인 페이스북에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가 우려와 달리 저소득층 소득과 분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면서 "3대 핵심 분배지표인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모두 2015~2017년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지난해 개선되면서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면서 희소식을 바로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배지표 개선에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포용정책 노력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통계청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지난해 0.345로, 지난 2011년 통계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6.54배로 전년보다 0.42배 포인트(P) 감소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1분위 가구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건 공적연금과 각종 수당, 근로장려금 등 공적 이전소득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즉,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를 정부의 각종 정책에 따른 공적 이전소득이 상쇄해줬다는 의미다.

어쨌든 각종 복지제도의 확대로 소득 불평등은 다소나마 완화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좋아할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 불평등은 일부 개선됐으나 같은 조사에서 소득 상위층과 하위층의 자산 불평등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상위층과 하위층이 벌어들이는 소득 불평등은 그나마 개선됐지만, 궁극적으로 가계가 보유한 자산 및 부의 불평등 현상은 더욱 커졌다는 뜻이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0.597로, 전년과 비교해 0.009 증가했다. 순자산 10분위 점유율에서도 10분위(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 2014년과 같다. 가구 특성별 순자산에서도 하위 20%인 1분위 순자산은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보였다. 반면 5분위와 4분위의 순자산은 3.5%와 4.0% 늘었다.

보유한 부동산자산의 가격변화 때문이란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실제로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중앙값을 기준으로 1억2천600만원에서 1억2천500만원으로 1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5분위의 부동산 가치는 4억5천만원에서 4억7천3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현재의 세제 및 사회복지체계가 소득 중심으로 이뤄져 소득 불평등은 일부 완화하지만, 부의 불평등까지 고려할 경우 여전히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만큼 소득에 대한 세제는 촘촘하게 이뤄지지만, 자산 자체에 대한 세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책 제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OECD는 중간 및 저소득 가구가 저축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주택보유정책의 효과성과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현재 소득 중심의 조세 및 사회 급부체계를 부와 소득을 동시에 고려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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