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앞으로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등 금고 입찰에서 천문학적인 출연금 경쟁을 펼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은행의 재산상 이익제공에 대한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이라는 행정지도를 예고했다.

우선 금감원은 '재산상 이익제공'을 은행이 은행업무나 부수업무, 겸영업무와 관련해 은행이용자인 개인이나 단체에 금전, 물품, 편익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금고대행계약 조건으로 지급하는 출연금을 포함시켰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들은 객관적 입증이 모호한 홍보효과나 브랜드가치 증대 효과 등을 수익 추정 시 반영할 수 없게 됐다. 금고를 수주하게 되더라도 예수금 유치나 대출 취급 등에 따른 이자이익 등 직접적 이익을 중심으로만 추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그간 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홍보 효과나 브랜드가치 증대 등을 이유로 출연금을 과잉 추산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 업권 관계자는 "출연금을 많이 제공하고 싶을 경우 홍보 효과나 브랜드가치 증대 효과 등의 항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제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규 고객유치 등에 따른 간접적 이익을 예상 수익에 반영할 경우 예상고객 수나 영업 규모, 영업 내용 등 이익 산출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통상 지자체 금고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나 하청업체, 협력업체 등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업 수익 등을 금고 수주 예상수익에 반영해 온 바 있다. 금감원은 과거 유사사례 등에 근거해 예상 영업규모나 수익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회 사전 심의나 준법감시인의 사후 관리 등에 대한 규정도 이번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사회 사전의결 대상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제공 건에 대해서 이사회에 충분한 검토 시간과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입찰 당일 오전 등 입찰 직전에 이사회 결의를 받는 사례가 발견이 됐다"며 "이런 경우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논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준법감시인 역시 모든 재산상 이익제공 건에 대해 제공 목적이나 내용, 금액, 제공받는 자, 제공기간 등을 관리하고 건별로 은행 법규 준수 여부나 적정성을 점검해 연 1회 이상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 은행은 재산상 이익제공 건의 실제 수익달성률 등을 해당부점 성과 평가나 재입찰 등에 반영해 과다한 이익 제공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감원이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데에는 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출연금 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에서다.

시중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경쟁에 참여하면서 출연금 약정액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고 입찰 당시 국민은행은 기존 농협은행보다 3배가 넘는 출연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지자체 금고에 대한 은행 간 과당경쟁을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과당경쟁 때문에 출연금 규모가 부풀려져 있다"며 "은행들이 시금고를 운영함으로써 예상되는 매출액 추정치를 제시하게 하고 사후적으로 비교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지방자치단체 금고와 같은 소모적 경쟁보다 생산적 경쟁에 치중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금감원이 마련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음달 6일까지 업권 의견수렴을 받고 내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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