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정부 경기 낙관의 동아줄은 또 '반도체'
[데스크 칼럼]정부 경기 낙관의 동아줄은 또 '반도체'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12.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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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는 반도체에 살고, 반도체에 죽게 될 판이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경제 회복은 기대 난망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2.0%)보다 개선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2.2%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 한국개발연구원(KDI) 2.3%, 한국은행 2.3% 등의 전망치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정부의 다소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치는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업황의 회복 가능성을 근거로 했다. 특히 반도체 회복에 방점을 둔 게 뚜렷하다. 내수와 수출, 물가 전망에서 반도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내수의 경우 설비투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 기저 효과 등으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올해 10% 이상 감소하며 경제에 큰 부담을 준 수출은 세계 교역이 회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단가가 올라가 증가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플레이터 상승률도 글로벌 반도체 가격 회복과 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좋아지면서 1.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내년에는 글로벌 성장과 교역이 회복되고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업황 역시 올해보다 개선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라며 "최근 미중 간의 1단계 합의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진단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은은 지난달 말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나은 2.3%로 제시하면서 그 핵심 근거로 반도체 업황 회복을 꼽았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 경기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전문 기관들은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후반 이후 본격화했던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는 연말 들어 주춤해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D램 현물가격(DDR4 8기가바이트)은 지난 17일까지 최근 5거래일간 10% 이상 상승했다. 여전히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자들의 호가 상승에 의해 가격이 주도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재고 수준이 이전보다 훨씬 낮아져 이르면 내년 1월부터는 고정거래 가격의 상승세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이었다. 1992년 처음 수출품목 1위 자리를 차지하고서 이후 위상이 흔들린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금액은 1천267억달러로, 2위인 석유제품(466억달러)과 3위 자동차(409억달러)를 합친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섰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육박한다.

정부와 정책 당국이 반도체 산업에 온통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도체가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축이자 버팀목이었던 셈이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는 없다. 지난 몇 년간 확인됐듯이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로 귀결될 수 있는 일이다. 반도체 뒤를 이을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현재의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이제는 계획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자금투입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국제 유가 등락에 한 나라 경제가 요동치는 중동 지역 국가의 한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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