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신호순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에 선임되자 한은 내부에선 이제야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은 임원 출신의 모처럼 이직이라 내부 인사난 해소는 물론 외부 기관 진출의 물꼬가 트일 거란 기대가 작용한다.

한국증권금융은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호순 부총재보를 부사장트일 거란으로 선임 의결했다. 주주총회 의결 후 바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부총재보 한자리가 공석이 됐다.

신 부사장의 임기는 주총 다음 날부터 2년이다. 부총재보로서 내년 9월 퇴임 예정이었던 신 부사장은 약 9개월 임기를 남겨두고 민간 기관인 한국증권금융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됐다.

지난 5월 임형준 전 부총재보와 지난 7월 허진호 부총재보의 잇따른 퇴임 이후 소위 '괜찮은 자리'가 나지 않아 한은 임원들의 외부 금융기관 진출 소식이 뜸했다.

특히 '꽃보직'이라 불리는 금융결제원장 자리를 올해 초 금융위원회 출신인 김학수 원장이 꿰찬 이후 그나마 있던 한은 자리도 줄었다. 금융결제원장은 1986년 설립 이후 전 이흥모 금융결제원장을 비롯해 역대 원장이 모두 한은 출신 인사가 맡았던 자리였다.

또 올해 초엔 결제원 노동조합과 한은 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사무금융노조가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후임 결제원장으로 유력시됐던 모 한은 부총재보의 금융결제원장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임기도 아직 남아 있어 한은맨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보통 국장급이 가는 국제금융센터 부원장도 지난해 바뀌었다.

임원급의 외부 기관 이동은 이번이 1년 9개월만이다.

지난해 2월 김민호 전 한은 부총재보가 주금공 부사장으로 나갔고 이어 3월 말 전승철 전 한은 부총재보가 임기 만료 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직을 위해 한은을 퇴직한 바 있다.

한은 내부에선 고위직이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외부 금융기관으로 활발히 진출하는 게 개인과 조직에 이롭다며 환영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한은 관계자는 "임형준 전 부총재보와 허진호 전 보가 연달아 자리를 못 잡았다가 이번에 신호순 전 보가 타 기관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며 "임원 자리가 나면서 승진을 기다리던 직원들 입장에서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은의 전문성이 많이 쌓인 상황에서 60세도 안 돼 집에 가기엔 아까운 인재들이 많다"며 "임원급으론 오랜만에 나간 거라 좋은 소식"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내년 8월 윤면식 부총재 퇴임과 함께 향후 임원 인사 자리가 추가되면서 고위 간부들의 후임 인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부 낙하산 논란에도 향후 한은맨들의 금융권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출자했거나 출자한 회사가 전액출자 한 만큼 한은 자리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해당 금융 기관들에 한은 특유의 전문성이 쌓인 임원급이 제 몫을 해내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진 않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도 "개인적인 면에서도 다시 한번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 것이고 한은 입장으로도 인재들이 사회 곳곳에 나가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면서도 "당장 인사 적체가 크게 풀린다고 보진 않는다. 나갈 자리도 많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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