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2017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해오던 헤지펀드 시장 성장세에 올 하반기 들어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시장은 대규모 손실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파생결합펀드(DLF)와 헤지펀드 운용사 1위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분기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불러온 DLF 사태

올해 해외 금리 연계 DLF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

특히 해당 상품들이 원금 손실이 가능한 상품이었음에도 판매한 금융사들이 '원금 손실이 없다''안전하다'고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해외 금리 연계 DLF로 손실을 본 6건의 사례에 대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투자손실을 최대 80%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배상 비율 80%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진 점이 최초로 배상 비율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기준 국내 금융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판매 잔액은 총 8천224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 기관별로는 우리은행(4천12억원)이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3천876억원), 국민은행(262억원), 유안타증권(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원), NH증권(11억원) 순이다.

개인투자자(3천654명)의 투자금액이 전체의 89.1%를 차지한다. 전체 판매 잔액의 99.1%(8천150억원)가 은행에서 펀드(사모 DLF)의 형태로 로 판매됐다. 나머지(74억원) 중 증권사의 판매는 사모 DLS 형태였다.

◇라임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증권사까지 영향

사모펀드 업계 1위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했다.

라임운용이 환매 중단을 발표한 펀드는 사모채권을 주로 담은 '플루토 FI D-1호'와 메자닌(CB, BW)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 무역금융펀드 등이다.

소위 '잘 나가던' 운용사에서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업계에서는 라임운용의 공격적인 운용과 리스크관리 부족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현재 라임운용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라임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해당 펀드에 자기자본을 투자한 증권사들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직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NH투자증권이 1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고, KB증권도 라임운용에 대한 익스포져가 1천억원대로, 현재 사내에서 실사가 진행 중이다.

◇ 34조원대로 고꾸라진 헤지펀드 설정액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지와 DLF 사태 등으로 올 하반기 들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역성장했다.

지난 13일 기준 헤지펀드 펀드 설정 원본액은 34조4천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말 23조9천437억원과 비교해서는 늘었지만 지난 9월 35조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6천억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 2011년 말 기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며 출범했다.

출범 후 4년여 동안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었으나 지난 2017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하며 공모펀드 규모마저 앞지르기 시작했다.

2016년 말 약 6조6천억원에 불과하던 한국형 헤지펀드 규모는 지난 2017년 말 두 배 가까이 늘며 12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해 말 24조원까지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1조4천억원가량씩 늘었던 설정액은 9월 들어 전월대비 6천억원 증가에 그치며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최근에는 감소로 돌아섰다.

jy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