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IBK기업은행장에 관료 출신이 9년 만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가 순항할지 관심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임 IBK기업은행장으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을 마치면 반장식 신임 기업은행장은 3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내부 출신이 행장에 올랐다. 조준희·권선주·김도진 행장까지 9년간 이어진 내부 승진 기조가 이번에 꺾일 수 있는 셈이다.

내부 출신의 기업은행장들은 그동안 기업은행의 위상을 높였다. 금융권 최초로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을 돌파했고 당기순이익은 5년 연속 1조원을 초과달성했다(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결 1조3천678억원, 은행 별도 1조2천204억원).

여기에 리스크관리 능력이 향상되면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피했고 금융민원은 최저 기록 행진이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을 축으로 'IBK아시아 금융벨트를 향한 발걸음도 바쁘다.

그럼에도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의 전신)과 청와대를 거친 인사를 기업은행장에 앉히려는 이유는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크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행장 선임은 하마평부터 관료들이 오르내렸다. 애초에 이번에는 '어차피 관료 출신이다'라는 전망도 상당했다. 정부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데다 상당 기간 내부 은행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내부에서 은행장을 해도 조직통합 측면에서 외부 출신의 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청와대의 구상대로 행장이 되더라도 중소기업 지원에서 기업은행의 존재감을 크게 높이기에는 환경적으로 어려운 여건도 많다.

기업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78.8%를 차지한다. 올해 들어서만 10조원가량 늘리면서 중기대출 비중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중기대출 점유율은 5년째 비슷하다. 그만큼 업권 내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나쁜 대출로 취급받고 새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중기대출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모든 은행에서 활발하다"며 "저성장 국면에서 중기 대출을 무작정 늘리면 건전성이 훼손되는 만큼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올해 3분기 0.68%를 나타냈다.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분기대비 0.14%포인트 높아졌다. 보수적인 은행업 특성상 직접 투자와 금융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CEO)가 방향성을 설정하고 속도를 내면 조직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런 면에서 외부출신 은행장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일찌감치 관료 출신 행장을 함량 미달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투쟁에 나섰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의 새행장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기업은행장은 낙하산을 보내지 않았다"며 "임명을 강행하면 출근 저지는 물론 내년 총선까지 노동계와 함께 여당과 정부를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27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조합원이 참여하는 집회까지 계획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0년대 초와 비교하면 기업은행은 임직원이 두배나 늘었고, 비이자이익 추구, 글로벌·디지털 금융의 변화로 조직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관료 출신 기업은행장이 과거처럼 내부 업무 상당 부분을 전무이사에게 맡기는지가 관건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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