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금융시장은 성탄절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라"며 대규모 도발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등 외교라인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더 강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문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삼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북한의 도발에도 서울 금융시장이 패닉 양상 등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례만 살펴보면 학습 효과 등으로 큰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일대에 포격을 퍼붓는 등국지전 양상의 도발을 감행했지만 서울 외환시장 등은 차분하게 대응했다.24일 1,175.00원으로 출발한 달러원 환율은 저점을 1,139.20원 까지 낮춘 뒤 1,142.30원에 마감가를 형성했다. 이후에도 연말까지 1,172.30을 고점으로 1,130원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이에 앞서 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던 2002년 6월29일도 외환시장의 반응은 차분했다. 전일인 6월28일 1,201원에 종가를 형성한 달러원 환율은 연평해전 결과가 반영된 7월2일 1,205.80원에 종가를 형성한 뒤 7월3일 1,207.80까지 올랐다가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은 달러원 환율은 7월22일 1,164.00원으로 저가를 형성한 뒤 다시 대세 상승세를 탈 때까지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았다. 북한 경비정을 반파시킨 2009년 11월10일 대청해전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당일 1,162원에 마감한 달러원 환율은 2주일 동안 1,160원 중심의 박스권 횡보를 보였다. 천안함 사태 때는 더 극적이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로 아군 승무원 46명이 사망했지만 사고당일 1,138원 수준에 마감한 달러원 환율은 내림세로 돌아서 한 달 뒤 1,102.60원으로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 및 연기금 등 주요 투자자들은 국지전 양상을 보이는 북한의 도발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학습효과가 있어서다. 북한은 걸핏하면 행패를 일삼았지만, 서울 금융시장은 어지간한 패악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 등 일부 투자자들은 투매 물량을 대거 매집하는 북한의 도발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정도였다.

서울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북한의 성탄절 도발 예고가 실현되더라도 서울 금융시장의 대응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개연성이 있어서다. 성탄절 휴가를 넘어 연말까지 서울 금융시장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북한은 말썽만 피우는 동생같은 존재다. 행동의 결과만 보면 남보다 못할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이런 처지를 벗어날 수 없으니 이 또한 우리의 숙명이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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